''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말은 거침없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때론 시원하기도 하고 걱정이 앞설 때도 있다.
노 후보가 민주당 차기 대통령 후보로 떠올랐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우려한 부분이 바로 설화(舌禍)였다. 왜냐하면 대통령후보는 하루 24시간 언론의 초점을 받고 생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 후보는 지난 21일 “김영삼 전 대통령을 황급히 만나 요란하게 사진만 찍고 성과없이 끝났다”고 말했다. 이 말은 `노풍(盧風)''''이 주춤한 이유에 대해 자기 탓중의 일부를 예로 들어 한 것이지만 파장을 부를 수도 있다. 해석하기 따라서는 마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인 원망처럼 들릴 수도 있어서다.
뒤집어 말하면 김 전 대통령 쪽에서 “누가 오라고 해서 왔느냐, 혼자서 찾아와 놓고 말을 들어 주지 않는다고 이제와서 딴 소리 하느냐”며 등을 돌려도 노 후보는 할 말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 후보가 밝힌 정계개편 구상도 김 전 대통령 주변의 옛 상도동계를 끌어 모으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설령 지난 방문에서 김 전대통령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했다 해도 이같은 말은 경솔한 측면이 없지 않다. 노 후보는 최근들어 검찰·특정 언론·부산지역 국회의원들에게도 강한 불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노 후보에게 시급한 것은 후보가 된 이상 득표전략이다. 노 후보 개인을 위해서나 민주당을 위해서도 설화를 낳을 수 있는 말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노 후보 특유의 거침없는(?) 말은 후보가 직접 나서기 보다 당 중진들이 대신할 때가 아닐까.
/김여송<서울취재본부장>y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