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민주당 대통령후보 광주경선의 결과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호남 출신인 한화갑 후보가 3위로 밀리고 영남 출신인 노무현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다음날인 17일 대전경선에서 충청 출신인 이인제 후보가 67.5％나 얻으며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였다.
한마디로 광주지역 투표자들은 한 후보 개인 뿐 아니라 그동안 정치적으로 호남을 대표했던 동교동계에 대한 혹독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광주지역 투표자들은 또 호남 출신 후보로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스스로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정가 관측통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광주의 투표자들이 수준 높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하나는 광주경선이 이 정권을 현 상태로 만들어버린 ＤＪ측근들에 대한 회초리 성격이 짙고 또 하나는 영남 출신 후보에게 1위의 월계관을 안겨줘 영호남 화합의 청신호를 광주 쪽에서 먼저 보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노무현 후보가 개표결과 발표 후 광주경선 1위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듯 연단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하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상대적으로 권노갑 고문이 밀었던 이인제 후보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말 없이 돌아섰으며 한 후보는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 이날 소위 `리틀 ＤＪ''로 애칭되던 한 후보의 득표결과를 놓고 비단 한 후보 개인만의 문제로 국한시킬 수 있을까. 이것은 이 정권과 더불어 동교동 사람들에 대한 전체적인 실망의 표출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호남의 민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김여송 y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