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25일 취임 4주년을 맞음으로써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있다. 향후 1년의 정계 스케줄을 감안할 때 김 대통령은 레임덕 현상과 함께 전반적인 국정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역대 정권에서 보듯 여당의 대통령후보가 선출되면 현임 대통령은 사실상 정치권의 뒷무대에 서게 되며 권력누수 현상도 가속화된다. 민주당 대권후보 선출시기도 오는 5월로 예정돼 있어 역대 어느 정권보다 상당기간 앞당겨져 있다. 때문에 상반기에 치러질 지방선거와 12월의 대통령선거는 청와대의 존재를 더욱 무력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대통령의 잔여 임기는 기능적으로 거의 끝나가는 셈이다. 이런 마당에 김 대통령은 최근 그가 창설한 아태재단 관계자들의 잇단 비위 연루로 더욱 곤혹스런 입장에 놓여있다. 김 대통령이 지난 94년 창립, 통일문제 등을 연구해온 아태재단은 퇴임 후 김 대통령 활동의 근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한나라당은 이 재단을 과거 전두환 대통령이 퇴임 후 수렴청정을 하기위해 설립했던 일해재단과 흡사한 조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물론 야당의 이같은 주장은 억지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 대통령이 일해재단 때문에 퇴임 후까지 겪어야 했던 고초는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으며 화근은 이것에서 비롯됐다.
공교롭게도 퇴임을 일년여 앞둔 이 시점에서 `정권 줄대기''의 한 통로로 치부되고 있는 아태재단을 보며 김 대통령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말했듯 이제 김 대통령에게는 시간이 없다. 김 대통령 주변 인사들로 얽혀진 아태재단의 국민적 의혹을 재임 중에 깨끗이 씻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이 재단의 사실상 책임자가 차남이라는 점은 더욱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y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