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미로 속을 걷는 인간, 연극 ‘더 파더’
2025년 11월 04일(화) 14:37
푸른연극마을 창단 32주년 기념작…6~16일 씨어터연바람

연극 ‘더 파더(The Father)’의 연습장면. 오성완(왼쪽), 조아라 배우.<푸른연극마을 제공>

“어느 순간,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년의 기억이 무너져가는 순간,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진다.

푸른연극마을이 창단 32주년을 맞아 오는 6~16일(11일 제외) 광주 씨어터연바람에서 연극 ‘더 파더(The Father)’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작품은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대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된 현대 연극 중 하나다. 치매를 겪는 한 노인의 내면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불안과 존엄의 의미를 탐구한다.

원작은 프랑스 몰리에르상, 영국 올리비에상, 미국 토니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고, 2021년에는 배우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돼 아카데미 각색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무대는 알츠하이머를 앓는 노인 앙드레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그가 인식하는 세상은 반복과 왜곡, 변주로 가득 차 있다. 기억은 끊기고 인물은 뒤바뀌며 관객은 주인공의 혼란을 함께 겪는다. 극은 사건의 외부가 아닌 ‘당사자의 기억’을 무대화하며 현실 붕괴와 정체성의 흔들림을 생생히 체감하게 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연극·미술·음악이 결합된 ‘컨템포러리 협업 프로젝트’로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대 위에는 시각예술가 김상연의 회화·판화 작품 10여 점이 설치된다. 김 작가의 대형 회화 ‘존재(쇼파)’ 등의 작품들은 주인공의 내면과 기억의 잔상을 상징하며, 회화와 연극의 경계를 허물 것으로 기대된다.

연출을 맡은 이당금은 “김상연 작가의 쇼파 연작에서 인간의 삶과 기억의 무게를 읽었다”며 “무대 위에서 배우와 회화가 함께 호흡하는 감각적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음악은 작곡가 박근혁이 맡았다. 재즈와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그는 드라마 ‘연인’ OST ‘그대에게’를 작사·작곡한 뮤지션으로, 이번 공연에서는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제로(zero)’의 반복과 변주로 표현한다.

주인공 앙드레 역은 배우 오성완이 맡았다. 지역 연극계의 중견 배우인 그는 치매로 인한 정체성 붕괴와 인간적 존엄 사이의 미세한 감정을 섬세한 연기로 풀어낼 예정이다. 이당금, 이훈영, 조아라, 민찬욱, 김민정 등이 함께 출연한다.

전석 3만원(중·고생 40%, 예술인패스·65세 이상 30% 할인), 플레이광주 예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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