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지리산 품 섬진강 물길 푸른 숨결 속으로, 구례
2025년 09월 15일(월) 18:32
자연을 아끼는 심성 구례 정원 이야기

쌍산재 영서당 처마에 매달린 옥수수 풍경이 정겹다. /최현배 기자

오래전 우리 선조들에게 정원(淨院)은 단순히 꽃과 나무를 가꾸는 공간이 아닌 자연과 교감하고 손님을 맞으며 풍류를 즐기는 삶의 무대였다. 지리산 자락 아래 자리한 전남 구례에는 옛 어른들이 맛있는 음식과 차를 즐기며 자연을 향유하던 정원 문화가 오롯이 남아있다. 구례의 정원에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호흡해 온 시간이 고스란히 간직되어있다. 회색 도심 속 일상에 지쳤다면 물소리와 새소리가 끊이질 않는 구례를 찾아가 보자.

◇한옥과 숲의 조화, 쌍산재

전남 민간 정원 5호로 지정된 쌍산재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생활상을 간직한 고택이자 전통 한옥과 정원이 어우러진 문화유산이다. 1만7700㎡ 규모의 정원에는 고즈넉한 한옥 건물을 통해 옛 조상들의 삶의 터전을 살펴볼 수 있다. 해주오씨 문양공후 성균진사공파 후손이 실제로 거주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쌍산재는 특히 tvN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모았다. 방송 이후 입소문을 타고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며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다.

관람을 위해서는 관리동에서 입장료 1만 원을 지불하면 된다. 입장권에는 ‘오늘의 차’가 포함돼 있으며 아메리카노, 매실차, 생강차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정원 관람은 입구 안내도에 표시된 빨간 실선 코스를 따라 걷는 것이 좋다. 남문과 신언문을 지나면 사랑채와 별채가 모습을 드러내고, 곧이어 대나무 숲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울창한 대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 아래를 걸으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사색에 잠긴다.

쌍산재 서당채. 울창한 나무와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최현배 기자
숲길 끝에는 호서정이 자리하며 푸른 잔디밭이 펼쳐져 한옥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완성한다. 후문인 영벽문에 이르면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사도저수지를 감상할 수 있다.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일상을 상상하며 걷는 길은 그 자체로 특별한 여행이 된다.

외부 음식 반입은 금지되며 중학생 이상부터 입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매주 화요일은 정기 휴관일이다.

◇정원과 그림 관람, 반야원

전남도 민간정원 반야원 수변정원과 카페 플라타너스 전경. /최현배 기자
지리산의 반야봉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반야’를 따온 ‘반야원’도 빼놓을 수 없는 구례의 정원 명소다. 2만여㎡ 규모로 55종의 수목이 심어져 있으며 전남 제21호 민간 정원으로 지정됐다.

카페 플라타너스와 붙어있으며 카페에서 다양한 음료와 빵을 판매하고 있어 입장료는 카페 이용료로 대신한다.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카페는 3층 규모로 이뤄져 있다. 옥상에는 반야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루프탑도 있다.

야외 좌석에 앉아 바라보는 반야원은 마치 고급 진 별장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커다란 연못과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 공간의 여백마다 놓인 돌 조경이 아늑함을 준다.

반야원 플라타너스 2층 풍경. /최현배 기자
정원 중앙에 있는 70년 넘은 플라타너스 주변으로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어 나무 그늘 아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봄에는 홍매화도 볼 수 있고 여름에는 버들 마편초, 초겨울에는 황홀한 향을 풍기는 금목서가 모습을 드러낸다.

정원 관람을 마치고 나면 잊지 않고 카페 별관에 마련된 미술관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우종 미술관 소장작인 앤디 워홀의 ‘핑크 마릴린’, 파블로 피카소의 ‘비둘기’,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등이 전시돼 있다.

반려동물은 야외 탁자나 벤치를 이용할 수 있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 주말 오전 9시 30분~오후 7시까지 휴무일 없이 운영된다.

◇정성 심은 천개의 향나무 숲

정원지기 부부가 정성스레 가꾼 천개의 향나무 숲길. /최현배 기자
“정원을 돌본다는 건 일상 속에서 작지만 소중한 나의 철학을 만드는 일이다.”

‘정원의 철학자’ 저자인 케이트 콜린스의 말처럼 정원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삶의 가치관이 녹아 있는 곳이다. 구례군 광의면에는 이런 철학을 온전히 담아낸 특별한 공간, 정원지기 부부가 정성스레 가꾼 ‘천개의 향나무 숲’ 정원이 있다.

정원에 들어서면 나무 하나, 돌 하나, 작은 벤치 하나에도 주인의 손길과 취향이 묻어 있다. 오두막 형태의 벤치와 정자에 달린 하얀 레이스 커튼, 아기자기한 조각상과 은은한 조명은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곳에서는 부부가 지닌 정원에 대한 철학과 삶의 미학을 함께 느낄 수 있다.

1인당 5000원의 입장료를 내면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차가 제공된다. 매실차, 쑥차, 복숭아 아이스티, 말차 레몬 아이스티, 허브차 등 종류도 다양하다.

천개의 향나무 숲 포토존인 드넓은 잔디밭. /최현배 기자
이곳은 크게 여덟 개의 테마 공간으로 나뉜다. 늘보정원, 향나무 숲길, 사색의 숲길, 잔디광장, 오색 정원, 다람쥐 정원, 멍석 정원, 향기정원으로 조성돼 있어 방문객은 각기 다른 분위기 속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정원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우람한 은목서가 맞이한다. 진한 꽃향기를 머금은 은목서 아래에서 첫걸음을 떼면 초록 잔디가 탁 트인 포토존으로 이어진다. 향나무 숲길에는 토종 향나무와 가이스카 향나무, 서양 향나무 등 1000여 개의 향나무로 조성돼 있어 눈길을 끈다. 100년이 넘은 세 그루의 감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김다인·이진택 기자 kdi@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