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단지 해남 화원산단 개발 18년째 ‘무풍’
2025년 07월 23일(수) 18:25
대한조선, 산단 개발 미적…산업계 “시행사 교체” 목소리
전남도 ‘글로벌 에너지 산업 허브’ 도약 구상에도 차질 우려

해남군 화원면 대한조선 일원

국내 최대 해상풍력 배후단지를 목표로 했던 해남 화원산업단지 개발이 지연되면서 전남의 글로벌 에너지도시 조성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에 발맞춰 에너지 대전환을 이끌어가야할 시기에 해상풍력 산업 활성화를 위한 배후단지 조성이 미뤄지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에너지산업 허브로 도약하려는 전남도의 구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남에 본사를 둔 선박 제조기업 대한조선이 산단 개발을 미루고 있기 때문에 전남도가 전남개발공사를 통해 사업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산단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전남도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지난 2007년 화원산단 개발에 나섰지만,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산단 개발은 이뤄지지 않은데다, 기업 유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해남에 본사를 둔 선박 제조기업 대한조선은 애초 자신들이 소유한 해남군 화원면 조선소길 일대 부지 등을 합해 219만㎡(66만평) 면적을 화원산단으로 조성하려다 조선 경기 침체 등으로 보류해놓았다가 2년 전인 2023년 해상풍력 배후단지로 개발키로 변경했다.

대한조선은 당시 전남도, 해남군과의 협약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해남 화원산단에 해상풍력 연관 기업 유치를 위한 배후단지 조성과 산단 지원 항만 개발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

대한조선은 전남도·해남군과 협의를 거쳐 당초 조선산단으로 계획된 화원산단을 해상풍력 배후단지로 개발하기 위한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전남도와 해남군은 인허가 등 행정적 지원과 입주기업 유인책(인센티브)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자는 내용을 협약에 담았다.

대한조선은 당시만 하더라도 오는 2026년까지 민간개발 방식으로 화원산단 배후부지 219만㎡ 중 111만㎡(34만 평)를 해상풍력 연관기업에 우선 분양하고,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공용 항만도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한조선이 산단 개발 계획을 현실화하지 않으면서 지역사회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대한전선의 화원산단 투자 계획도 무산된데다, 오는 2028년까지 해상풍력 기자재 생산과 관련된 전초기지 육성을 위한 조성 협약도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산단 개발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막대한 영업이익을 보이면서 주식 상장까지 검토하는 여건 등을 고려하면 산단 개발을 위한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제적 투자로 풍력산업 분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기는 커녕 사업 시행권을 갖고도 개발을 미루면서 지역 발전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관련법(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사업 시행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화원산단 조성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시행사로의 교체를 주장하는 산업계 요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산단조성은 시행자가 선(先)투자 해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 “그러나 대한조선은 기업 유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보여, 땅값 상승만 기다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조선의 화원산단 시행권을 박탈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때라고 덧붙였다.

대한조선은 화원산단 조성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불가피한 이유가 작용했다고 해명했다. 우선 지난 2007년 산단 조성권을 따냈지만, 2009년 모기업의 경영상황 악화 및 조선산업 부진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이후 새로운 주인을 찾는 데 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 발전을 장려했던 문재인 정부시절만 하더라도 산단 조성에 탄력을 받았지만,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재생에너지를 억압하는 정책 탓에 기업들의 문의가 적었다고도 했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모산업(해상풍력) 비전이 나오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라며 “투자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고 1000억원을 들여 기반시설을 조성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단 또한 부동산이므로 기업들도 경기가 회복되아야 입주하지 않겠냐”고도 했다.

전남도 안팎에서는 최근 정부의 발표로 서남권 RE100 산단 조성이 유력시되는 상황인 점을 들어 대한조선이 화원산단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남도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과 투자 협약을 위한 사전 단계에 돌입한 상태”라며 “최근 신안 앞바다에 해상풍력 계통을 확보한 기업들도 화원산단 입주를 고민하는 중으로 대한조선과 협력해 화원산단 내 기업유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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