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귀화해 프로 배구 선수로 뛰고 싶어요”
2025년 04월 15일(화) 20:40
[몽골 프로 배구 선수 출신 조선대 배구팀 오랑바야르]
올해 조선대 스포츠 산업학과 입학…페퍼스 염어르헝 선수가 롤모델
프로선수였던 아버지 닮고 싶어 배구 시작…파워 앞세운 공격력 강점
“페퍼스 염어르헝처럼 한국으로 귀화해 한국인 배구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몽골 프로 배구 선수 출신으로 올해 조선대 배구팀에 합류한 오랑바야르(20)의 목표다. 스무살의 젊은 패기로 가득한 그는 올해 조선대 스포츠 산업학과에 입학했다.

최근 조선대 배구 경기 코트 위에서 만난 그는 14번 등번호가 새겨진 파란색 유니폼을 자랑스레 내보였다.

오른손으로 배구공을 바닥에 세번 내리치고, 천장으로 공을 띄운다. 높이 떠오른 공을 응시하며 왼발, 오른발 스텝 세번을 밟는 동시에 학처럼 날아올라 공을 때린다. 몽골에서 온 조선대 배구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오랑바야르의 197㎝ 높은 신장에서 내리 꽂는 서브 루틴이다.

그는 ‘한국 프로 배구 선수’가 되기 위해 한국행을 선택했다. 페퍼스 염어르헝이 그의 롤모델이다.

신장 195㎝의 염어르헝은 페퍼스의 미들블로커다. 염어르헝 역시 몽골에서 태어났지만 2022년 9월 귀화시험에 합격했고 그해 페퍼스에 합류해 프로 배구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 역시 염어르헝처럼 귀화 시험에 합격해 한국 프로 배구단에 입단하는 것이 목표다.

몽골 프로 배구팀 SG Hawks에서 선수로 뛰었던 그는 지난해 몽골을 떠나 한국에 왔다.

한국 프로 배구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오랑바야르를 눈여겨 본 SG Hawks 관계자가 평소 연이 있던 조선대 배구팀을 추천했고, 박성필 조선대 배구팀 감독의 러브콜까지 더해지면서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것.

지난 11일 홍익대에서 열린 2025 KUSF 대학배구 U리그 맞대결에서 조선대는 홍익대 배구팀을 상대로 3-2 승리를 거뒀다. 오랑바야르의 대학팀 첫 경기로, 그는 5세트동안 총 40점을 올렸고 63%에 달하는 공격 성공률을 보이면서 실력을 입증해보였다.

그는 5살이 되던 해 배구공을 처음 잡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의 작은 손에는 자석처럼 배구공이 붙어있었다.

배구에 대한 열정은 아버지로부터 비롯됐다. 몽골 프로팀 선수였던 아버지가 코트 위를 누비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늘 “아버지를 닮고 싶다”는 갈망이 컸다.

한 번도 집을 떠나 생활해본적 없다는 그의 한국행은 20살 인생에 큰 결심이다.

오랑바야르는 “연고가 없는 한국행이 외로울 거라는 생각도 했지만 한국 선수들과의 활동이 기대가 된다”고 웃어보였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선수는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아웃사이드 히터 허수봉.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구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허수봉을 보며 한국 프로팀에 대한 꿈을 키웠다.

오랑바야르가 팀에 어울릴 수 있도록 영어 통역을 도맡고 있는 같은 배구팀 동기 이율(20)은 그의 팀 적응에 큰 도움이 됐다.

이율은 “오랑바야르는 실점하거나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올리려고 하고, 늘 파이팅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필 감독은 오랑바야르의 강점으로 ‘파워’를 꼽았다. 또 레프트 포지션에도 서브 리시브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박 감독은 “오랑바야르가 온 뒤로 팀 분위기가 많이 살아났다. 보통 몽골에서 한국행을 결심할 때는 배움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랑바야르는 이미 모든걸 마스터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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