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맘’ 전국적 현상?…광주·전남도 사교육 열풍 여전
2025년 03월 13일(목) 20:35
초등생 10명 중 8명 이상이 사교육…가정 경제 부담
광주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 41만원·전남은 32만원
시민단체, 학원 교습시간 단축 등 사교육비 대책 촉구

13일 광주시 동구 동명동의 학원가에서 책가방을 멘 학생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광주지역 최대 학원가 밀집 지역인 봉선동 학원가를 비롯한 광주·전남의 학원가의 사교육 열풍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봉선동의 경우 300여개 학원이 밀집한 지역으로, 대다수 학생들이 국·영·수학과 과학 과목 등 여러 과목의 학원을 돌며 배우는 교습 방식이 일반화돼있다.

광주지역 학부모들이 개인 차량으로 학원가에 자녀들을 실어다 나르기 바쁜 모습은 날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13일 교육부·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시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78.2%로 집계됐다.

광주·전남지역에 거주하는 초·중·고등학교 학생 10명 중 7명 이상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광주·전남지역 초등학생 사교육 참여율이 80%를 넘어서는 등 연령대가 낮을수록 학부모들의 사교육 열풍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역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교가 84.8%로 가장 높았고, 중학교(77.3%), 고등학교(67.0%) 순으로 집계됐다.

광주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지난해 기준 41만 3000원을 기록했다. 서울이 67만 3000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 51만 3000원, 부산 48만 3000원 순이었다.

같은 기간 전남지역의 사교육 참여율도 71.7%를 기록했다. 이는 전북(71.4%)에 이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한 농·산·어촌 지역의 학원 감소 등 관련 인프라 부족 현상을 고려하면 결코 낮지 않은 수치라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남 역시 연령대가 어릴수록 사교육 참여율이 높았다. 초등학교가 82.7%로 가장 높았고, 중학교(70.1%), 고등학교(53.6%) 순으로 집계됐다. 전남은 도시지역보다 학원 접근성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8~13세 어린이 10명 중 8명 이상이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전남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으나, 도시 대비 농촌의 경제 규모를 따져보면 가정 경제에 부담이 되는 액수다.

광주지역 교육관련 시민사회단체는 당장 광주시교육청에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시민모임)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광주시 교육청이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 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해당 예산이 방과후학교 수강료 지원비에 집중되거나 서울대 탐방 프로그램 운영 등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시교육청이 불법 사교육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교습비 과다책정, 교습시간 임의연장, 선행학습 광고 등을 적발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단속 일률적인 대책보다는 학원 교습 운영시간 감축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처음 실시된 영유아 사교육비 조사에서 만 5세 아이들 10명 중 8명이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월평균 사교육비가 33만2000원에 달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광주에서도 수완지구를 중심으로 영어유치원 등이 집중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한창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생 때부터의 사교육 열풍은 최근 개그우먼 이수지가 패러디해 인기를 끌었던 ‘대치맘’과 어린 나이부터 사교육에 파묻힌 아이를 가리키는 ‘7세 고시’ 등의 단어가 유행어처럼 번지는 사회현상과도 무관치 않다”면서 “서민들의 가정 경제마저 억누르는 사교육 열풍이 결국은 저출산 등 대한민국의 미래마저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전국 초·중·고등학생 사교육비는 29조 2000억원으로,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교육비 증가세는 중학교(9.5%) 고등학교(7.9%), 초등학교(6.5%) 등 전 연령대에서 나타났다. 사교육 참여율도 80%로 전년(78.5%) 대비 1.5%포인트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밖에 사교육 참여시간 등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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