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라도 벌려고” 오지 않는 손님 기다리며 땀 줄줄
2025년 07월 13일(일) 20:35 가가
폭염 속 좌판 까는 고령 상인들…전남 전통시장 가보니
대부분 개방형 구조…냉방시설커녕 선풍기 틀 전선도 없어
수산물 지키려 한 봉지에 5천원 하는 얼음 나르느라 진땀만
전통시장 존립 위협…도 “구조 복잡,폭염 대책 마련 어려워”
대부분 개방형 구조…냉방시설커녕 선풍기 틀 전선도 없어
수산물 지키려 한 봉지에 5천원 하는 얼음 나르느라 진땀만
전통시장 존립 위협…도 “구조 복잡,폭염 대책 마련 어려워”
“건강도 안좋지, 폭염이라는데 시장에 더위 피할 데도 없지, (자식들이) 장에 나가지 말라고 하지, 그래도 나가야지, 한두푼이라도 벌러 나와야지….”
지난 11일 광양시 광양5일장에서 야채를 판매하는 박양순(여·73)씨는 낡아서 먼지가 두텁게 쌓인 선풍기 앞에서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나마 박씨는 주변에 전기를 끌어올 데가 가까워 선풍기라도 이용이 가능했다.
박씨는 70세가 넘었지만 폭염에도 에어컨 등 냉방기는 커녕 얼음물 한 병조차 찾기 힘든 시장에서 좌판을 깔고 더위를 버텨내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차피 재래시장 자체가 사방이 뚫려있는 구조라 에어컨 바람을 기대하기는 무리지만 폭염을 견뎌낼 별다른 냉방 시설이 전혀 없어 박씨같은 70대 노인 대부분이 속절없이 땀만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같은 날 무안군 일로전통시장에서 낙지와 바지락 등을 팔고 있던 김장례(여· 77)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금세 녹아버리는 얼음을 다시 채워넣느라 수시로 한봉지당 5000원씩 하는 얼음 봉지들을 들고 나르며 진이 빠진 채 한마디 했다.
김씨는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마시려면 인근 식당으로 가 밥이라도 먹어야 하고 선풍기 틀 전선 구하기도 힘든데, 누가 시원한 대형마트 가지 시장을 오겠나”고 했다.
지난 11일 순천·무안·광양·나주 등 전남 지역 재래시장에 좌판을 펼친 고령층 노인 상인들이 폭염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군 전통시장 상인과 손님 대다수가 건강 취약계층인데도, 지자체 무관심과 열악한 시설 구조 등으로 장날에도 ‘찜통’같은 재래 시장을 부채질만으로 지키며 앉아있는 형편이다.
대부분 시장 천장만 있는 개방형인 시장이 대부분이고, 개인 좌판으로 전기를 끌어올 정도로 시설이 좋지도 않다보니 선풍기라도 있는 좌판을 운영하는 노인 상인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전남지역 전통시장 총 114곳 중 60~70%는 지붕만 얹어놓은 개방형 구조다. 얼음 생수 등도 없어 인근 식당으로 가 양해를 구하고 마시는가 하면, 대부분 부채질로 버티면서 시장을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찾아간 순천웃장 내 국밥거리 노인 상인들도 숨이 턱 막히는 공기 속에서 솥 앞을 지키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광장에 조성된 그늘 쉼터에 벽걸이 선풍기 6대의 바람이 이들에게까지 닿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나마 웃장의 경우 다른 지역 시장과 달리, 상인회 건물 2층 다목적실에 무더위쉼터와 쿨링포그 등 냉방 설비를 갖추고 있어 신식 시설로 꼽힌다 .
고장난 냉방 시설을 방치한 채 운영하는 시장도 있다.
무안 일로전통시장은 지난 2023년 전남도 지원으로 쿨링포그 선풍기 16대를 설치했지만 현재 고장나 작동이 불가능하다. 일부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벽면에 설치한 선풍기는 떨어져 나갈 듯 했다.
광양5일장은 선풍기조차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상인들이 개인용 선풍기 꽂을 공간이 부족하하니 ‘분전함’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예산이 없어 거절당했다는 게 상인들 하소연이다.
그렇다고 마음껏 하소연 하기도 눈치 보인다는 게 노인 상인들 입장이다. 시장 특성상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권이고 허가받지 않은 노점상도 많은데, 무작정 지자체 도움을 요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남도도 전통시장 대부분이 자연발생형이라 구조가 복잡하고 유형이 다양한데다 운영 주체, 점포 수, 공간 구성 등이 달라 일률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남도는 지난 4월 각 시·군에 가림막 보강과 상인회 사무실·교육장 등을 활용한 무더위 쉼터를 시·군 자율적으로 운영하라고 지시했을 뿐 별다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만큼 중·장기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지난 11일 광양시 광양5일장에서 야채를 판매하는 박양순(여·73)씨는 낡아서 먼지가 두텁게 쌓인 선풍기 앞에서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나마 박씨는 주변에 전기를 끌어올 데가 가까워 선풍기라도 이용이 가능했다.
지난 11일 순천·무안·광양·나주 등 전남 지역 재래시장에 좌판을 펼친 고령층 노인 상인들이 폭염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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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을 맞은 지난 11일 나주시 남평읍 남평5일시장에서 상인들이 부채와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
대부분 시장 천장만 있는 개방형인 시장이 대부분이고, 개인 좌판으로 전기를 끌어올 정도로 시설이 좋지도 않다보니 선풍기라도 있는 좌판을 운영하는 노인 상인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전남지역 전통시장 총 114곳 중 60~70%는 지붕만 얹어놓은 개방형 구조다. 얼음 생수 등도 없어 인근 식당으로 가 양해를 구하고 마시는가 하면, 대부분 부채질로 버티면서 시장을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찾아간 순천웃장 내 국밥거리 노인 상인들도 숨이 턱 막히는 공기 속에서 솥 앞을 지키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광장에 조성된 그늘 쉼터에 벽걸이 선풍기 6대의 바람이 이들에게까지 닿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나마 웃장의 경우 다른 지역 시장과 달리, 상인회 건물 2층 다목적실에 무더위쉼터와 쿨링포그 등 냉방 설비를 갖추고 있어 신식 시설로 꼽힌다 .
고장난 냉방 시설을 방치한 채 운영하는 시장도 있다.
무안 일로전통시장은 지난 2023년 전남도 지원으로 쿨링포그 선풍기 16대를 설치했지만 현재 고장나 작동이 불가능하다. 일부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벽면에 설치한 선풍기는 떨어져 나갈 듯 했다.
광양5일장은 선풍기조차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상인들이 개인용 선풍기 꽂을 공간이 부족하하니 ‘분전함’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예산이 없어 거절당했다는 게 상인들 하소연이다.
그렇다고 마음껏 하소연 하기도 눈치 보인다는 게 노인 상인들 입장이다. 시장 특성상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권이고 허가받지 않은 노점상도 많은데, 무작정 지자체 도움을 요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남도도 전통시장 대부분이 자연발생형이라 구조가 복잡하고 유형이 다양한데다 운영 주체, 점포 수, 공간 구성 등이 달라 일률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남도는 지난 4월 각 시·군에 가림막 보강과 상인회 사무실·교육장 등을 활용한 무더위 쉼터를 시·군 자율적으로 운영하라고 지시했을 뿐 별다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만큼 중·장기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