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그리고 2025년… 오직 청년들의 시선으로 ‘오월’을 잇다
2025년 07월 13일(일) 20:10
‘청년, 오월을 이어적다’ 주제
5·18행사위, 웹툰·음악·전시·공연
웹툰 이어 ‘RE:BOOT’ 전시 진행
8월 ‘극단 밝은밤’ 무대까지 풍성

‘청년, 오월을 이어적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11일 충장로 5가에서 ‘RE:BOOT’ 전시가 펼쳐졌다. 손대현 작가의 작품 ‘RE:PLAY.

기억이 ‘살아 있는 이야기’가 되는 것은 현재와 만날 때다. 4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오월의 광주는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

청년들이 그 물음에 예술로 답한다. 총성과 피의 기록 대신, 웹툰의 말풍선과 낯익은 멜로디, 무대 위 장면들로 오월을 다시 그려낸다.

‘청년, 오월을 이어 적다’는 청년들의 시선으로 오월을 새롭게 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로, 45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의 기념사업 일환으로 추진됐다.

웹툰작가 최지민, 전시작가 손대현, 작곡가 박준현, 극단 밝은밤 등은 지난달부터 5·18을 주제로 한 전시·웹툰·음악·공연 등을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다양한 장르가 유기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청년 창작자들이 직접 이야기 흐름을 기획하고 협업하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기억’이 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미 많은 오월 콘텐츠가 있는데, 왜 청년의 시선으로 다시 써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청년들이 오월 콘텐츠에 관심을 잃어가는 이유로 ‘공감하기 어려운 딱딱한 서사’, ‘일회성 행사 위주 구성’, ‘낮은 정보 접근성’ 등을 꼽았다.이번 프로젝트는 보다 공감하기 쉬운 방식을 택했다.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 것은 웹툰. 호남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1학년 최지민 작가는 2025년을 살던 고등학생 주인공이 1980년의 청년으로 ‘빙의’돼 벌어지는 이야기로 현재 연재 중이다. 과거로 간 주인공은 현재로 돌아올 생각은 하지 않고 또래 여자아이에게 사랑에 빠져버린다. 마치 로맨틱 코미디 같은 설정이다.

최 작가는 “진지하고 비장한 오월 콘텐츠도 필요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방식이 지금 세대에게는 거리감을 줄 수 있다고 봤다”며 “사랑을 하는 인물들이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열사나 시민군이 되는 과정을 통해, 그 시절 청년들이 지금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웹툰의 감정선을 음악으로 풀어낸 것은 박준현 작곡가다. “가득 좋아해. 넘쳐버렸어. 주워담지 못해 진심을 전할게. 봄날의 끝, 꽃이 번지기 전에 너와 걸을래.” 평범한 10대 소년의 고백처럼 들리는 이 노랫말은 봄날의 끝자락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딘 이들의 마음을 환기한다.

전시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지난 11일 충장로 5가에서 개막한 전시 ‘RE:BOOT’는 지역 연극계에서 활동해온 손대현 작가가 연출했다. 소극장을 연상케 하는 작은 전시 공간은 게임 테트리스나 마인크래프트를 닮은 구조물로 채워졌다. 층층이 쌓인 합판과 젠가 구조물이 시선을 끌고, 관객은 ‘wave→loop→replay’의 동선을 따라가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재조립’된 오월의 감각을 마주하게 된다.

‘청년, 오월을 이어적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11일 충장로 5가에서 ‘RE:BOOT’ 전시가 펼쳐졌다. 손대현 작가의 작품 ‘LOOP’.
손 작가는 “젠가가 쌓이고,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과정을 거치듯 5·18에 대한 기억 역시 하나의 단일한 구조가 아닌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형태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마지막 장르는 공연이다. 오는 8월 예정된 무대에서는 웹툰 스토리를 극본으로, 음악을 BGM으로 활용한다. 전시 요소를 무대장치로 전이하는 과정을 통해 네 개의 장르가 하나의 서사로 결합된다. 연출과 연기는 청년 극단 ‘극단 밝은밤’이 맡는다.

배우 이태영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대단한 영웅으로 그리기보다 옆 반에 있는 평범한 친구처럼 표현하고 싶었다”며 “대의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지 않고, 그 시절 청년들의 고뇌를 생생하게 나타내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전에 오월극을 한 적은 있지만, 당시를 직접 겪은 선배들이 있어서 그분들의 말을 듣고 따르는 데 집중했다. 이번에는 청년들만으로 구성된 만큼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참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의 에디터이자 극단 밝은밤 대표 최혜민씨는 “12·3 계엄 이후 오월정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당시를 직접 겪은 기성세대는 시간의 흐름과 맞물려 활동이 다소 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 자리를 이어받은 청년들이 오월정신을 새로운 시대 트렌드에 맞게 계승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방안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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