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타석이라도 더” 간절함이 만든 반전 GO! 종욱
2025년 07월 13일(일) 20:50
KIA 주전들 잇따른 부상 속 6월초 1군 합류 ‘만점 활약’
통산 3할타자 면모 과시 “동료들과 뜨거운 가을 만들 것”

KIA 타이거즈의 고종욱이 지난 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1회말 솔로 홈런을 터트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간절했던 한 타석이 고종욱과 KIA 타이거즈의 전반기를 바꿨다.

‘디펜딩 챔피언’ KIA의 2025시즌 전반기에는 절망과 희망이 공존했다.

우승을 이뤘던 라인업 그대로 시즌을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넘쳤지만 개막날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걸음이 꼬였다. ‘MVP’ 김도영이 개막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복귀 후 26경기를 뛰고 다시 또 햄스트링을 다쳤다. 김선빈, 나성범도 동시에 자리를 비우면서 KIA 타선에 부상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부상 악몽 속 KIA는 탄식의 봄을 보냈지만, 지난한 시간을 견딘 뒤 희망을 보았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속 기회를 얻은 선수들의 절실함이 KIA 분위기를 바꿨다.

‘잇몸’으로 통했던 이들이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상대를 압박했고, 안정적으로 경기를 뛰자 준비했던 플레이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잇몸’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게 된 이들의 활약, 고종욱도 감동의 전반기를 만든 주역 중 한 명이다.

고종욱은 FA신분이 된 지난해 28경기에 나와 36타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우승을 이끈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견고하게 움직이면서 그의 입지는 좁았다.

올 시즌에도 고종욱은 1군 캠프가 꾸려진 미국 어바인이 아닌 일본 고치 퓨처스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외야에 박재현이라는 눈길 끄는 신인도 등장하면서 고종욱은 6월 6일 뒤늦게 1군 콜업을 받았다.

6월 9일 한화와의 11회 연장 승부에서 상대의 실책 덕분에 공교롭게도 끝내기 주인공이 됐던 고종욱은 “아직 내가 1군 선수가 아닌 것 같다. 선배로서 보여주고 싶었다. 후배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는데, 야구가 쉽지 않다. 빨리 적응하겠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후 고종욱은 6월 뜨거운 질주에 마침표를 찍은 선수가 됐다.

6월 25일 키움전에서 대타 홈런을 날리며 승리의 주역이 된 그는 6월 29일 LG와의 원정경기에서는 3안타 활약을 펼쳤다. 이후 SSG·롯데를 상대했던 7월 첫 주에는 3개의 결승타를 장식했다.

고종욱은 “예전에 야구 잘 됐을 때는 어떻게 해도 잘 됐는데 이렇게 중요할 때 나오는 게 감사하다. 하루하루 감사하다. 지난해에는 2군에 있었으니까 뛰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꿈만 같다”며 “처음 1군 왔을 때는 시합도 오랜만에 뛰고 심박수랑 리듬이 2군이랑 다르니까 투수한테 쫓기는 게 있었다. 그래도 결과가 조금씩 나와서 감독님이 시합을 뛰게 해주셨고, 그러면서 조금씩 감이 올라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간절했던 ‘한 타석’이 만든 결과다.

고종욱은 “키움전 대타 홈런을 치기 전에 별로 안 좋았다. 홈런 치기 전 경기에서 3루수 플라이 아웃이 됐다. 그때 1타석만 더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다음 경기에서 감독님이 내보내 주셨고 그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했다. 그다음부터 감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간절함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는 눈물의 인터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6월 29일 LG전이 끝난 후 ‘수훈선수’ 고종욱은 방송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고종욱은 “지난해 기억이 쑥 들어왔다. 울 생각은 없었다. ‘고맙다’ 이런 멘트를 하려고 했는데, 아내랑 생각이 나고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이제는 안 울겠다. 그때 많이 창피했다. 생일 때랑 예전에 야구 잘했을 때보다도 연락이 정말 많이 왔다. 깜짝 놀랐다”고 웃었다.

어렵게 얻은 기회에서 ‘통산 3할 타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고종욱은 후배들의 활약에 웃는다.

고종욱은 “후배들이 이렇게 잘해줄지 몰랐다. 2군에서 같이 있었지만 힘든 시기가 있었던 애들이다. (오)선우, (박)민이, (김)호령이 모두 진짜 간절한 애들이라 항상 응원했다. 4위를 하고 있는 게 이들의 역할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반전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호령에 대해서는 ‘제2의 전성기’라고 평가했다.

“호령이가 감독님이랑 맨날 이야기를 한다. 감독님이 호령이한테 비법을 알려주시는 것 같다. 5분 정도 이야기하고 ‘알겠습니다’하면 안타가 1~2개씩 나온다”며 웃음을 터트린 고종욱은 “호령이가 많이 늘었다. 제2의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시합 나가면 지금보다 잘 칠 것 같다”고 간절함으로 오늘을 만든 후배들과의 뜨거운 가을을 기대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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