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100일 … 일상이 무너졌다
2025년 03월 13일(목) 19:50 가가
‘내란성 불면증’에 밤잠 설치고
뉴스 속보 챙겨보며 법률 공부
스트레스에 일상생활 힘들어
‘보통의 하루’ 빨리 되찾았으면
뉴스 속보 챙겨보며 법률 공부
스트레스에 일상생활 힘들어
‘보통의 하루’ 빨리 되찾았으면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13일 광주시 동구 충장우체국 등지에서 ‘윤석열 즉각 탄핵을 위한 플래시몹’을 진행하고 헌법재판소에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나명주 기자mjna@kwangju.co.kr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00일을 맞았다. 100일 간의 비정상적 일상이 반복되면서 ‘보통의 하루’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는 것이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바람이다.
뉴스 보기가 두려운 일상, 법률 시험 준비생만큼이나 법 조항을 챙겨보는 습관, 계엄으로 촉발된 불안감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내란성 불면증과 스트레스 등이 없는 일상의 회복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이뤄지기 전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역민들의 우려가 적지 않아서다.
◇‘뉴스 보기 겁나’는 뉴스 중독=퇴직 후 늦잠을 자는 게 일상의 낙이었던 조정호(62)씨는 계엄 선포 이후 오전 7시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비상계엄 이후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침 일찍부터 강박적으로 뉴스를 찾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등을 통해 탄핵 관련 소식을 검색하고, 친구들을 만나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조씨는 “5·18 당시 고등학생으로 계엄군이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모습을 목격했다. 처음에는 계엄을 막아낸 시민들이 자랑스러웠지만, 탄핵 선고가 지지부진하고 내란세력이 큰소리치는 모습이 계속되니 피곤하고 지친다”며 “최근에는 5·18 당시에 대한 꿈을 꾸고 잠을 설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뉴스를 찾아볼 때마다 비상식적 상황이 터져나오는 탓에 ‘뉴스 보기가 겁나’는 상황에도, 뉴스를 챙겨보는 뉴스 중독도 심각하다. 남미 마약 갱단같이 공권력에 저항하는 활극이 빚어지고 감옥을 나서는 중범죄자가 개선장군처럼 손을 흔드는 코미디가 펼쳐지는 뉴스를 보지 않을 수도 없고, 챙겨보기도 두렵다는 시민들도 많다.
김선희(여·48)씨는 “원래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고 뉴스도 잘 보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뉴스를 언론사별로 챙겨보고 유튜브까지 찾아보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혹시 탄핵이 되지 않으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에 편두통으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지경이다”고 말했다.
◇로스쿨생도 아닌데, 법률 공부를=비자발적 법률 공부를 하는 학생도 많아졌다. 비상계엄과 관련된 법률과 역사 등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이들로, 손정후(32)씨는 “비상계엄 직후에는 헌법 제77조를 살펴보고, 최근에는 형사소송법에서 구속기간과 요건을 찾아보는 등 알 필요 없는 지식을 계속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손씨는 “뉴스를 최대한 이해하고 싶어 법조문을 찾아보기 시작했지만, 법을 잘 아는 윤 대통령이 중대한 헌법을 어기고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니 허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내란성 우울증= 비상계엄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김모(85)씨는 “대통령이 나쁜 짓을 하고도 여태 벌을 안받으니 나라가 시끄러워서 최근에는 뉴스를 안본다”며 “이전에는 심심하면 사람들을 만나러 경로당에 가기도 했지만, 가도 누가 잘했니, 못했니 싸움이 나니 이제 경로당도 잘 안가게 된다”고 토로했다.
광주지역 대학생 김서영(여·23)씨도 학업의 불안을 호소했다.
김씨는 “개강을 했지만 좀처럼 정국이 불안정하다 보니 학업이나 취업준비에 몰두하기 힘들다. 뉴스 헤드라인에 사용되는 단어들이 부정적인 단어가 대부분이라, 뉴스를 보는 것도 힘든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권선제(34) 투파이브 밴드 대표는 “퇴근 후 집에서, 식사하러 간 식당에서 등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레 뉴스를 접하게 되는데, 내 뜻과 다른 방향으로 정세가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고개를 저었다.
권씨는 “공연을 하며 만난 관객들을 통해서도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불만을 체감할 수 있다. 계엄 이후 열리는 시위 공연에 참여하며 예술인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탄핵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노임규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일상에서 너무 많은 뉴스를 접하다 보면 혼란을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지장이 있다면 뉴스 끊기 등 미디어 접촉을 줄이고 불길한 쪽으로 생각하지 않기 위한 의식을 갖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상 속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도 극복이 되지 않는다면 정신의학과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뉴스 보기가 두려운 일상, 법률 시험 준비생만큼이나 법 조항을 챙겨보는 습관, 계엄으로 촉발된 불안감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내란성 불면증과 스트레스 등이 없는 일상의 회복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이뤄지기 전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역민들의 우려가 적지 않아서다.
비상계엄 이후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침 일찍부터 강박적으로 뉴스를 찾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등을 통해 탄핵 관련 소식을 검색하고, 친구들을 만나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김선희(여·48)씨는 “원래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고 뉴스도 잘 보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뉴스를 언론사별로 챙겨보고 유튜브까지 찾아보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혹시 탄핵이 되지 않으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에 편두통으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지경이다”고 말했다.
◇로스쿨생도 아닌데, 법률 공부를=비자발적 법률 공부를 하는 학생도 많아졌다. 비상계엄과 관련된 법률과 역사 등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이들로, 손정후(32)씨는 “비상계엄 직후에는 헌법 제77조를 살펴보고, 최근에는 형사소송법에서 구속기간과 요건을 찾아보는 등 알 필요 없는 지식을 계속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손씨는 “뉴스를 최대한 이해하고 싶어 법조문을 찾아보기 시작했지만, 법을 잘 아는 윤 대통령이 중대한 헌법을 어기고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니 허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내란성 우울증= 비상계엄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김모(85)씨는 “대통령이 나쁜 짓을 하고도 여태 벌을 안받으니 나라가 시끄러워서 최근에는 뉴스를 안본다”며 “이전에는 심심하면 사람들을 만나러 경로당에 가기도 했지만, 가도 누가 잘했니, 못했니 싸움이 나니 이제 경로당도 잘 안가게 된다”고 토로했다.
광주지역 대학생 김서영(여·23)씨도 학업의 불안을 호소했다.
김씨는 “개강을 했지만 좀처럼 정국이 불안정하다 보니 학업이나 취업준비에 몰두하기 힘들다. 뉴스 헤드라인에 사용되는 단어들이 부정적인 단어가 대부분이라, 뉴스를 보는 것도 힘든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권선제(34) 투파이브 밴드 대표는 “퇴근 후 집에서, 식사하러 간 식당에서 등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레 뉴스를 접하게 되는데, 내 뜻과 다른 방향으로 정세가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고개를 저었다.
권씨는 “공연을 하며 만난 관객들을 통해서도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불만을 체감할 수 있다. 계엄 이후 열리는 시위 공연에 참여하며 예술인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탄핵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노임규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일상에서 너무 많은 뉴스를 접하다 보면 혼란을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지장이 있다면 뉴스 끊기 등 미디어 접촉을 줄이고 불길한 쪽으로 생각하지 않기 위한 의식을 갖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상 속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도 극복이 되지 않는다면 정신의학과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