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과 오월 광주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년 11월 14일(목) 00:00
가수 정훈희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여운이 길었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함춘호의 기타 연주에 맞춰 정훈희·송창식이 부르는 ‘안개’가 흐를 때 노래에 빠져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또 한번 매료된 건 5·18 40주년 기념식에서 상영된 ‘내 정은 청산이오’다. 광주의 오월 현장, 도미야마 다에코의 석판화, 음악이 어우러진 25분 분량의 작품 마지막, 피아노에 맞춰 그녀가 노래한다. “날 기억해 주는 것 그걸로 되었소/ 언제 우리 웃으며 또 만날 건지/ 그때까지만 그대여 부디 잘 계시오.” 영화 ‘기생충’의 정재일과 ‘달리기’ 등을 쓴 박창학 작사가가 참여한 곡이다.

가수 신해철의 10주기를 맞아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쓴 ‘마왕은 살아있다’를 흥미롭게 읽었다. 신해철은 이미 이 세상에 없기에, 그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5주기 때 발간한 ‘아 신해철’에 실렸던 글 중 일부를 담은 기록이다. 책에는 대중음악사 명반으로 꼽히는 넥스트 2집을 비롯해 ‘일상으로의 초대’ 등 대표작과 라디오 DJ 시절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발언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을 읽다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넥스트 앨범 디자인 작업을 한 전상일과의 인터뷰에서다. “예전에 해철이 형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준 친구가 있어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만들었는데요. 방송 금지되어서 해철이 형이 원통해했었는데요”라는 대목이다. 광주에서 열리는 영화제측이 뮤직비디오를 틀고 싶어했는데 상영료 때문에 관람객들을 만나지 못했다는 내용도 덧붙여져 있었다.

신해철의 어떤 음악에 광주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졌다. 사회적 발언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게 “나 혼자 좋은 세상에서 잘 지내고 싶은 거였다면 이런 멘트를 하지 않는다. 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것 아냐, 기왕이면 여럿이 잘살아 보자는데”라고 말했던 신해철이었기에.

광주의 이야기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전세계인에게 광주를 각인시켰듯, 정훈희의 노래가 흐르는 작품 ‘내 정은 청산이오’와 5월 광주가 담긴 신해철의 뮤직비디오도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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