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인물, 사랑받는 의사 ‘누가’ - 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2024년 03월 21일(목) 22:00
한국의 선교역사를 살펴보면 많은 의사들이 이 땅에 들어와서 목숨을 바쳐 환자들을 돌보고 헌신한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그 중에 한국의 한센병 환자들을 돌본 외국 의료진의 효시는 클레멘트 오웬(한국명 오기원, 1867~1909)과 로버트 윌슨(한국명 우월순, 1880~1963)이다. 그들은 미국의 남장로교회의 파송으로 의료선교사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유진 벨 선교사와 함께 목포 선교지부를 개설하고 1899년 전라남도 최초의 서양식 의료소인 목포 진료서를 세워 병자들을 돌보았다. 오웬은 1904년, 보다 큰 도시인 광주로 옮겨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환자들 가운데 한센병 환자도 많았다. 물밀 듯이 몰려드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지칠대로 지친 오웬은 결국 1909년 급성폐렴에 걸렸다. 목포에 있는 의료선교사 포사이트에게 전보를 보내 광주로 올라올 것을 요청했다.

포사이트는 전보를 받고 광주로 올라오는 길에 중증의 한센병에 시달리는 여성를 발견하고 그에게 자신의 옷을 입힌 후 나귀에 태워왔는데, 포사이트가 광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웬은 사망한 후였다. 이후에 포사이트는 목포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자신이 데려온 나병환자를 벽돌 가마에 거처를 마련해 주고 오웬이 사용하던 침대에 눕혀 제중원의 윌슨과 더불어 정성껏 치료하였다. 당시 한센인만 보면 돌을 던지며 저주를 퍼부었던 최흥종(1880~1966)이라는 건달이 지극한 의료선교사들의 헌신과 사랑에 감동하여 봉선리 땅 1200평을 기부해 한센병원을 짓게 하고 자신도 기독교인이 되어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았다. 이 병원은 후에 여수로 옮기며 애양원이라 이름 하였다. 그 의료선교사들 중 많은 이들의 묘가 양림동 호남신학대학교 동산에 있다.

삼국지에서 관우라는 장수는 전투에서 독화살을 맞고 뼈를 깎는 수술을 받는다. 그렇게 치료 받는 중에도 바둑을 두며 의원인 화타와 담소를 나눈다. 관우는 선생님 같은 명의는 처음이라며 신의라고 치켜세우고 화타는 치료중에 통증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그를 보고 진정한 무신이라 말한다. 관우는 다행히 천하 제일의 명의 화타를 만나 치료를 받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때 화타는 치료 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하지만 관우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자 천하의 명의 화타는 관우의 신체 병은 고쳐줄 수 있으나 그의 마음의 병, 즉 오만이라는 지병은 도저히 고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지금의 정치계나 의료계 모두에게 찔림이 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대화와 타협은 어디로 가고 위협과 협박으로 긴장감을 더하고 그 피해는 오롯이 환자들과 국민들의 몫이 되었다. 이러한 혼란 중에도 병원과 환자를 지키는 많은 의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신약 성경의 ‘누가’라는 사람은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중요한 인물이자 바울의 친구이자 동역자였다. 그는 탁월한 의학 지식을 가진 의사이자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저자로 전해진다. 그의 출신과 출생에 대하여 여러 성경학자들의 설이 분분하다. 그는 유대인 혹은 이방인으로 여겨지지만, 이방인일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누가는 시리아 안디옥의 이방인 가족 출신이라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리스도인이 되었는지에 대한 답이 없다. 신약성경에서 바울은 그를 의사로 기록하고, 그리스어로 쓰여진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문체가 그가 상당한 교육을 받은 사람의 필체를 가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 누가가 신체의 여러 약함을 가지고 있는 바울과 동행하며 바울의 건강을 살폈고,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당시의 민중들을 의료적으로 살피는 것이 선교에도 많은 유익이 있었으리라고 여겨진다. 누가는 이제 바울의 옥중에까지 함께 하고 있으니, 누가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바울은 그의 서신 골로새서 4장 14절에서 ‘사랑 받는 의사 누가’라고 표현하고 있다.

앞서서 말한 의사의 신분으로 선교사의 일을 감당했던 그들 모두가 우리나라와 국민들의 사랑 받는 의사가 아닐까 싶다.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의사들도 환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고마운 사람으로, 사랑 받는 의사임에 대하여 숭고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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