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 검색, 사색 그리고 묵상-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2022년 10월 28일(금) 00:30
지난 달 초에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2014년 예술가 웁스양에 의해 개최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넋을 놓고 있는 걸 ‘멍 때리기’라고 지칭하고 이 대회의 규칙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무려 세 시간 동안이나 전화 확인, 조는 것, 시간 확인, 잡담, 음식 섭취, 노래 부르기, 춤추기, 독서, 웃음 등이 금지 된다. 90분 동안 심박수를 15분마다 확인해, 가장 안정적인 평균 심박수를 기록한 사람이 우승하게 된다. 연예인들도 참가하고 4천여 명의 신청자 가운데 선발하여 50팀을 추려 개최하였다고 한다. 방송을 타기도 하여 꽤나 알려진 행사이다. 아마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활용하는 뇌를 쉬게끔 하고 싶은 의도에서 시작되었으리라.

그런데 공교롭게도 전문가들은 보통 사람이 의도치 않고 멍 때리고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설명한다. 뇌를 쉬게 하거나 뇌 활용도를 더 높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는 “멍 때릴 때 찾아오는 디폴트 모드는 쉽게 말해 즉각 처리할 일이 없는 뇌의 상태라고 볼 수 있다”며 “오랫동안 한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사람이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 활용할 순 있지만 뇌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재원 교수도 “멍 때리기의 효과는 동물 실험이나 이미징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뇌 건강에 좋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멍 때리기 보다는 좋은 사색이 뇌와 감성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10월 15일 카카오가 멈췄다. 여러 반응들이 있었는데 자유를 얻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걱정도 되고 두렵기까지 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장 과장되게 표현한 말은 카카오가 멈추니 대한민국이 멈추었다고까지 표현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통령이 나서서 ‘국가 기간 통신망’이라는 표현까지 썼으니 진짜 그런가 싶기도 하다. 나에게도 불편했던 것이 있었는데 상대방과 연락한다든가 결제와 금융 등의 문제보다도 검색 사이트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평소에는 잘 사용하는 검색 사이트가 금번 사고 회사와 연관이 있어서 전혀 사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나는 하루에 얼마나 검색 기능을 사용할까 생각해 보니 아주 많은 것들을 검색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양한 어플들을 사용하면서 죄다 검색창을 열고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배달 주문, 중고 거래,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도, 음악을 듣기 위해서도 어플을 열고 검색을 해 보는 게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일단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 사이트를 클릭하고 본다. 유용한 정보를 잘 찾아서 활용하기도 하지만 너무나 많은 정보 때문에 오히려 힘들 때도 있다. 잘못된 정보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찾아 내는 것도 또한 일이 되었다.

핸드폰이 편해지고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전화번호를 외우는 일이 거의 없어졌듯이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머리 속에 저장된 정보들을 끄집어 내는 일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만큼 숙고하고 사색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사색은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하고 또한 다르게 생각하는 힘도 길러준다. 생각들을 디자인하고 글로 표현하기도 하며 예술 작품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어떤 것들은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다.

검색을 통해 많은 목사들의 설교나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지식도 얻을 수 있다. 평가하기도 하고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말고 그리스도인이 지식을 넘어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창조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묵상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추천한다. 성경 지식이나 종교적 지식을 쌓는 것도 필요하지만, 깊이 있는 묵상을 통해 자신에게 묻고 그 답을 얻어 ‘됨’과 ‘행함’으로 드러나는 신앙으로 성장시켜 나가야 하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분수에 지나칠 때가 있다. 그러나 묵상을 하면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한 뜻이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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