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상호부조론 딘 스페이드 지음, 장석준 옮김
2022년 08월 20일(토) 10:00
지난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을 강타했다. 당시 강력한 태풍은 많은 이들을 이재민으로 만들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의약품 등 생활필수품이 지급됐다. 이들을 도운 것은 정부가 아니라 자원활동가들이다. 오큐파이 월스트리트 운동에서 태동한 자원활동가 기반 네트워크 오큐파이 샌디였다.

21세기는 자선이 아닌 연대의 시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변호사이자 시애틀대학 로스쿨 부교수인 딘 스페이드가 그 주인공. 그가 이번에 펴낸 ‘21세기 상호부조론’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에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상호부조’라는 사실을 역설한다.

작금의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 확산과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 현상으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하는 ‘비상상황’이나 다름없다. 기후위기가 낳은 산불과 홍수, 민족과 종족간의 갈등과 반목, 젠더 폭력, 날로 심해지는 부의 불평등은 임계치를 넘은 지 오래다.

이런 비상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여러 나라에서 보여지듯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가가 적절하게 대처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보다는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자원을 나누고 취약계층을 돕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 운동과 연계 하에 벌어지는 이러한 구조활동을 ‘상호부조’라고 한다.

저자는 재난과 혼란의 시대일수록 국가와 개인 사이의 제3의 주체가 상호부조 단체로 나섰다고 언급한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상호부조 단체가 증가했으며 사람들은 상호부조를 조직하는 방법을 도모해왔다. 책에는 저자가 활동가로서 현장을 누빈 경험을 토대로 상호부조를 견인했던 내용들도 담겨 있다. 단체 내에서 겪게 되는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담겨 있다. <니케북스·1만5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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