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게토를 위하여-배홍배 지음
2022년 07월 16일(토) 12:00 가가
“흰 쌀밥과 김치를 먹고 쇤베르크를 듣는다. 그가 허공에 그리는 높은음자리표에 흰 손수건이 걸리고 연필은 흐느낀다. 너무 빨리 잊어버린 조상의 눈물이 저항하는 미래의 언어 앞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 쌀밥과 신 김치의 오랜 증인으로”
지난 2000년 ‘현대시’로 등단한 장흥 출신 배홍배 시인이 시집 ‘라르게토를 위하여’를 펴냈다. 시산맥 시혼시인선으로 출간된 이번 작품집에는 80여 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속삭이듯 말하듯 건네는 듯한 시들은 일정한 톤을 유지하고 있다. 느리지도 그렇다고 아주 빠르지도 않은 속삭임은 시인이 원래 지닌 천성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라르게토는 원래 “악보에서, 라르고보다 조금 빠르고 밝게 연주하라는 말”을 뜻한다. 무슨 일을 하듯 쉬엄쉬엄 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지나치게 무언가에 얽매이지 말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이젠 끝내야 해 마주하는 방향으로/ 숨 쉬는 낯선 시간을/ 내일보다 월등한 오늘 밤/ 춤을 더 추어야겠지, 라르게토/ 사랑의 무지개가 저무는 옷소매로/ 눈물을 훔칠 수만 있다면/ 너를 잊는 밤은 아름다워/ 붉고 외로운 체벌인 태양을/ 증오하는 날들을 위하여/ 그녀가 외진 곳에서 눈부시게 운다…”
표제시 ‘라르게토를 위하여’는 이별을 고하려는 화자와 대상의 심리를 그려볼 수 있는 작품이다. 드라마의 한 장면 같기도 한 풍경은 상상의 여지를 보여준다. 한편으로 이별의 대상이 사람으로만 한정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한편 시집에는 해설이 따로 실려 있지 않고 시인의 산문이 있어 읽는 맛을 선사한다. ‘잊혀진 나무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풍경이 뒤섞인 삽화로 다가온다. <시산맥·1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속삭이듯 말하듯 건네는 듯한 시들은 일정한 톤을 유지하고 있다. 느리지도 그렇다고 아주 빠르지도 않은 속삭임은 시인이 원래 지닌 천성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라르게토는 원래 “악보에서, 라르고보다 조금 빠르고 밝게 연주하라는 말”을 뜻한다. 무슨 일을 하듯 쉬엄쉬엄 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지나치게 무언가에 얽매이지 말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한편 시집에는 해설이 따로 실려 있지 않고 시인의 산문이 있어 읽는 맛을 선사한다. ‘잊혀진 나무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풍경이 뒤섞인 삽화로 다가온다. <시산맥·1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