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위한, 우리 자신을 구하기 위한 성찰
2022년 07월 09일(토) 12:00 가가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민승남 옮김
레이첼 카슨 외 지음, 민승남 옮김
며칠째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본격적인 한여름에 접어들면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갈수록 폭염을 비롯한 기상 이변이 증가하고 있다. 자연이 그만큼 훼손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자연은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지 않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이며 환경보호 활동가 레이첼 카슨의 말이다. 그러나 오늘의 인간은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 남획을 일삼고 있다. 마치 자연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함부로 파헤치고 있다. 식량위기, 기후위기는 종래는 인간 생존의 위기로 귀결될 것이다.
최악의 환경문제에 직면한 인류세 시대에 생태학자, 조경가, 농부, 시인, 철학자 등 21명이 지구를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라는 책 제목이 암시하듯 인간이 자연에 의지하고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저자는 레이첼 카슨을 비롯해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앨리슨 호손 데밍, 작가이자 인종평등활동가 몰리언 데이나, 진화생물학자 데이비드 해스컬 등이다.
책의 시작은 미국의 사상가 랠프 월도 에머슨의 ‘자연’에서 비롯됐다. 이 작품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 마거릿 폴러 등 당대 사상가들과 작가들을 감화시킨 것은 물론 이후 미국 사상계와 출판계에 영향을 미쳤다.
“자연은 하나의 언어이며 우리가 새롭게 배우는 사실은 모두 하나의 새로운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전 속에서 해체되고 죽는 언어가 아니라 가장 중요하고 보편적인 의미로 통합되는 언어다. 나는 이 언어를 배우고 싶다.”
이번 책을 엮은 스튜어트 켄스텐바움은 몬슨예술갤러리 수석고문이자 메인주 계관시인을 역임했다. 그는 서문에서 책을 엮게 된 순간을 이야기한다.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자연은 제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요약된다.
그는 5월 감염병이 세계를 휩쓸던 어느 날 뒤뜰에 앉아 있었다. 바람이 불어 민들레 홀씨들이 눈송이처럼 날렸는데 단풍나무 씨앗 하나가 책 위에 떨어졌다. 그때 그는 여전히 자연의 세계에서는 생존과 부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책에는 사우스대학 생물환경학 교수이자 생태학자인 데이비드 해스컬은 ‘로키산의 노장들, 브리슬콘소나무를 찾아서’라는 글도 수록돼 있다. 콜로라도 브리슬콘 숲에서 가장 늙은 고목은 2100살에 이른다. 저자에 따르면 1000년을 산 나무들도 적지 않다. 이들 나무들 뿌리는 “14억 년 전 지구 표면으로 흘러나온 마그마로 인해 형성된 바위들 속으로 구불구불 뻗어” 있어 장관을 이룬다.
시인인 킴 스태퍼드는 ‘우리가 저마다 땅의 시를 적어 내려갈 때’에서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의 하나로 ‘어휘’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마음에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풍경 속 특정한 장소들에서 어휘를 취하고 관찰과 축복의 전통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면 저마다의 특별한 장소의 최면에 걸려 글을 쓰고 땅으로 충만한 인식의 정원에 머물게 될 것이다.”
각각의 글들은 그렇게 인류세 시대의 작가들이 써 내려간 성찰의 기록으로 다가온다. 독자들은 어머니인 대지의 무한한 사랑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작가정신·1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그러나 “자연은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지 않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이며 환경보호 활동가 레이첼 카슨의 말이다. 그러나 오늘의 인간은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 남획을 일삼고 있다. 마치 자연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함부로 파헤치고 있다. 식량위기, 기후위기는 종래는 인간 생존의 위기로 귀결될 것이다.
![]() ![]() |
그는 5월 감염병이 세계를 휩쓸던 어느 날 뒤뜰에 앉아 있었다. 바람이 불어 민들레 홀씨들이 눈송이처럼 날렸는데 단풍나무 씨앗 하나가 책 위에 떨어졌다. 그때 그는 여전히 자연의 세계에서는 생존과 부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책에는 사우스대학 생물환경학 교수이자 생태학자인 데이비드 해스컬은 ‘로키산의 노장들, 브리슬콘소나무를 찾아서’라는 글도 수록돼 있다. 콜로라도 브리슬콘 숲에서 가장 늙은 고목은 2100살에 이른다. 저자에 따르면 1000년을 산 나무들도 적지 않다. 이들 나무들 뿌리는 “14억 년 전 지구 표면으로 흘러나온 마그마로 인해 형성된 바위들 속으로 구불구불 뻗어” 있어 장관을 이룬다.
시인인 킴 스태퍼드는 ‘우리가 저마다 땅의 시를 적어 내려갈 때’에서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의 하나로 ‘어휘’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마음에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풍경 속 특정한 장소들에서 어휘를 취하고 관찰과 축복의 전통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면 저마다의 특별한 장소의 최면에 걸려 글을 쓰고 땅으로 충만한 인식의 정원에 머물게 될 것이다.”
각각의 글들은 그렇게 인류세 시대의 작가들이 써 내려간 성찰의 기록으로 다가온다. 독자들은 어머니인 대지의 무한한 사랑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작가정신·1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