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석 전남대 명예교수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는 노·장의 유연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2022년 04월 12일(화) 22:50 가가
‘가르침’‧‘배움’ 서로 커나간 ‘교학상장 40년’ 결실
매주 금요일 ‘장자 특강’ 15일부터 동구 인문학당
매주 금요일 ‘장자 특강’ 15일부터 동구 인문학당
“(동해안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돌이켜보니 40년 교학(敎學)생활은 나 혼자 힘이 아니라 주위 수많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었습니다. 특히 내 강의를 들어줬던 학생들, 동료들, 나에게 충고를 해줬던 선배님들… 이런 분들이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양회석(65) 전남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대학에서 가르치고 연구했던 40년 기간을 한마디로 ‘교학상장(敎學相長) 40년’이라고 표현했다. ‘가르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가르쳤다’는 의미로, ‘예기’(禮記) 학기(學記)편에 나오는 말이다. 양 교수는 수년간 대학원생들과 ‘노자’와 ‘장자’ 강독을 함께 하며 ‘가르침’과 ‘배움’이 서로 커나감을 실감했다. 최근 전남대 인문대학 1호관 김남주 기념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장자 내편(內篇)-도와 함께 하는 웅혼한 삶’과 ‘노자 도덕경-아름다운 말 성스러운 길’, ‘행인기행-해파랑길 이천리 교학상장 사십년’ 등 3권의 역저는 ‘교학상장 40년’의 결실이다.
양 교수는 지난해 봄 20여 일간 동해안 ‘해파랑길’ 2000리를 걸으면서 교학상장 40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봤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총 길이 770㎞에 달하는 도보길이다. ‘행인기행’에는 총 50개 코스로 이뤄진 해파랑길의 여정과 1981년 5월부터 정년퇴임한 지난 2월까지 40년 동안의 교학생활이 오롯이 담겨있다. 앞서 양 교수는 2017년 연구년을 맞아 26일 동안 796㎞의 스페인 순례길 ‘산띠아고 까미노’를 걷고 난 후 “통일이 되면 걷는 게 아니라 통일이 되도록 걸어보자”고 다짐한 바 있다. 양 교수는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휴전선에 가로막혀 ‘해파랑길’ 종주를 마무리하며 ‘노·장(노자·장자)’이 던지는 메시지를 가슴에 새겼다.
“내 편, 네 편을 구별하는 경직화된 사고를 하도록 만든 가장 큰 게 휴전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겁게 우리를 짓누르고 있어요. 우리 사회에 가를 줄만 알지 다시 합치려는 노력은 결여되고 경직화돼 있습니다. 노·장의 핵심 포인트는 그걸 바꿀 수 있는 유연한 사고입니다. 나누면 합쳐지고, 합치면 다시 나누고 이게 원래의 메커니즘 이예요. 손바닥과 손등을 나눠 버리는 순간 손이 안 되는 거예요. 안과 밖이 하나라는 사실, 안팎이 합쳐져야 손이 된다는 사실을 노장이 알려줍니다. ‘나눴으면 합쳐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것도 잊지 말라’ 이걸 얘기하는 게 결국 노장의 핵심입니다. 노·장이 갖고 있는 유연한 사고방식이 우리 시대에 대단히 필요합니다.”
이어 ‘장자 내편’(內篇) 7편중 ‘응제왕’(應帝王·제왕에 부응하다) 편을 꼽으며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사회를 이끄는 리더들의 역할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제왕(帝王)의 자리에 있는 자가 제왕이 아니라 제왕의 역할을 하는 자가 제왕이에요. 그 말이 무슨 말이냐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올라있는 자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역할을 하는 사람이 진정한 대통령이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현 우리사회의 리더인 연(然)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던져줄 수 있는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따지면 평범한 우리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에요. 아무리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의 삶 자체가 선한 영향력을 베풀었다면 ‘위대한 보통사람’인 그가 이 사회의 리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길은 양 교수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행인’(行人)이라 지은 자호(自號)에는 ‘길을 찾고, 길을 걷고자 노력하는 사람’과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실제로 실행하는 사람’, 시나리오 ‘행인1’처럼 ‘세상과 같이 걸어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중첩돼 있다.
‘해파랑길’ 종주를 마치고 강원도 양양 남대천을 찾은 양 교수는 회귀하는 연어처럼 강단에 처음 섰을 때의 초심을 잃지 말고, 본원을 찾는 인문학적 길을 더 열심히 걷자며 ‘행인 일기’에 이렇게 기록했다.
“영원 회귀를 향하는 길을 찾아 걷고 싶다. 길이 있기에 걷는 것이라면 그 길을 걸을 것이고, 걷기에 길이 생긴다면 그 길을 위해 걸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영원한 행인이다. 회귀하는 연어처럼.”
이번 펴낸 ‘노자’와 ‘장자’는 양 교수의 날카롭고 깊은 인문학적 통찰력이 돋보이는 역저이다. 그는 기존 해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노자와 장자의 ‘깊은 뜻’(本意)을 체계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진행해왔다. ‘장자’는 치밀한 주석과 자세한 해설을 통해 장자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노자’는 문학적·종교적으로 이해의 지평을 확대했다. 은사인 김학주 서울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은 양 교수의 작업에 대해 “단순한 노자에 대한 주해가 아니라 중국 고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독법을 유도하는 학술적인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장자’를 관통하는 메시지에 대해 “도(道)의 소산인 인간은 도와 함께 하는 ‘웅혼(雄渾·정신적 역량이 웅대하되 세상과 혼연일체가 된다)한 삶’을 누릴 수 있고, 또 누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40년 동안 학문 외길을 걸어온 양 교수는 새로운 길을 떠난다. 오는 15일부터 6월 24일까지 매주 금요일(저녁 7~9시) 동구 인문학당(광주시 동구 동명동 83-3)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는 인문강좌인 ‘장자 특강’이다. 앞으로 ‘장자 내편’에 이어 ‘외편’과 ‘잡편’을 역해(譯解)하는 작업도 이어갈 계획이다. 노·장은 학문적인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여러 문제를 풀 수 있는 인문학적 해법을 품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우리 시대와 다가오는 미래에 뭔가 답변을 해야 한다면, 그 답변하는 길을 찾는 게 인문학이고 내 공부가 그걸로 귀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노자·장자를 읽으면서 그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인류는 역사이래로 가장 먼 곳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우주 끝을 날아가는 시간입니다. 그렇지만 나가는 거리가 멀면 멀수록 이웃과의 벽은 더 두터워지고 멀어집니다. 어떻게 보면 노·장은 정말 한가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인문학자가 보기에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다시 노·장을 꼼꼼히 읽는 것은 리더 연하는 사람들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듣는 그런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중국 고전문학(희곡)을 전공한 동양학자 양회석 교수는 한국 중국희곡학회 회장과 중국 인문학회 회장, 전남대 아시아문화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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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교수는 지난해 봄 20여 일간 동해안 ‘해파랑길’ 2000리를 걸으면서 교학상장 40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봤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총 길이 770㎞에 달하는 도보길이다. ‘행인기행’에는 총 50개 코스로 이뤄진 해파랑길의 여정과 1981년 5월부터 정년퇴임한 지난 2월까지 40년 동안의 교학생활이 오롯이 담겨있다. 앞서 양 교수는 2017년 연구년을 맞아 26일 동안 796㎞의 스페인 순례길 ‘산띠아고 까미노’를 걷고 난 후 “통일이 되면 걷는 게 아니라 통일이 되도록 걸어보자”고 다짐한 바 있다. 양 교수는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휴전선에 가로막혀 ‘해파랑길’ 종주를 마무리하며 ‘노·장(노자·장자)’이 던지는 메시지를 가슴에 새겼다.
이어 ‘장자 내편’(內篇) 7편중 ‘응제왕’(應帝王·제왕에 부응하다) 편을 꼽으며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사회를 이끄는 리더들의 역할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제왕(帝王)의 자리에 있는 자가 제왕이 아니라 제왕의 역할을 하는 자가 제왕이에요. 그 말이 무슨 말이냐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올라있는 자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역할을 하는 사람이 진정한 대통령이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현 우리사회의 리더인 연(然)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던져줄 수 있는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따지면 평범한 우리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에요. 아무리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의 삶 자체가 선한 영향력을 베풀었다면 ‘위대한 보통사람’인 그가 이 사회의 리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길은 양 교수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행인’(行人)이라 지은 자호(自號)에는 ‘길을 찾고, 길을 걷고자 노력하는 사람’과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실제로 실행하는 사람’, 시나리오 ‘행인1’처럼 ‘세상과 같이 걸어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중첩돼 있다.
‘해파랑길’ 종주를 마치고 강원도 양양 남대천을 찾은 양 교수는 회귀하는 연어처럼 강단에 처음 섰을 때의 초심을 잃지 말고, 본원을 찾는 인문학적 길을 더 열심히 걷자며 ‘행인 일기’에 이렇게 기록했다.
“영원 회귀를 향하는 길을 찾아 걷고 싶다. 길이 있기에 걷는 것이라면 그 길을 걸을 것이고, 걷기에 길이 생긴다면 그 길을 위해 걸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영원한 행인이다. 회귀하는 연어처럼.”
이번 펴낸 ‘노자’와 ‘장자’는 양 교수의 날카롭고 깊은 인문학적 통찰력이 돋보이는 역저이다. 그는 기존 해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노자와 장자의 ‘깊은 뜻’(本意)을 체계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진행해왔다. ‘장자’는 치밀한 주석과 자세한 해설을 통해 장자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노자’는 문학적·종교적으로 이해의 지평을 확대했다. 은사인 김학주 서울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은 양 교수의 작업에 대해 “단순한 노자에 대한 주해가 아니라 중국 고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독법을 유도하는 학술적인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장자’를 관통하는 메시지에 대해 “도(道)의 소산인 인간은 도와 함께 하는 ‘웅혼(雄渾·정신적 역량이 웅대하되 세상과 혼연일체가 된다)한 삶’을 누릴 수 있고, 또 누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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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학문 외길을 걸어온 양 교수는 새로운 길을 떠난다. 오는 15일부터 6월 24일까지 매주 금요일(저녁 7~9시) 동구 인문학당(광주시 동구 동명동 83-3)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는 인문강좌인 ‘장자 특강’이다. 앞으로 ‘장자 내편’에 이어 ‘외편’과 ‘잡편’을 역해(譯解)하는 작업도 이어갈 계획이다. 노·장은 학문적인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여러 문제를 풀 수 있는 인문학적 해법을 품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우리 시대와 다가오는 미래에 뭔가 답변을 해야 한다면, 그 답변하는 길을 찾는 게 인문학이고 내 공부가 그걸로 귀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노자·장자를 읽으면서 그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인류는 역사이래로 가장 먼 곳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우주 끝을 날아가는 시간입니다. 그렇지만 나가는 거리가 멀면 멀수록 이웃과의 벽은 더 두터워지고 멀어집니다. 어떻게 보면 노·장은 정말 한가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인문학자가 보기에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다시 노·장을 꼼꼼히 읽는 것은 리더 연하는 사람들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듣는 그런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중국 고전문학(희곡)을 전공한 동양학자 양회석 교수는 한국 중국희곡학회 회장과 중국 인문학회 회장, 전남대 아시아문화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