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가공원 밀뫼말
2020년 02월 25일(화) 00:00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입동이 지난 지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용산 국가공원 ‘밀뫼말’(미르뫼 마을, 용산 마을)에는 요즘 김장이 한창이다. 배추 6만 포기, 무 2만5000개. 여기에 준비해 둔 대파·쪽파·알타리·마늘·갓·미나리가 탐스럽다. 이제 한 달 남짓 동지 전후해서는 용산 국가공원 논·밭과 숲에 겨울 철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할 것이다. 용산국가공원은 밀뫼말 10만 평(약33ha), 숲 60만 평(200ha) 기타 공용지 2만 평(7ha)으로 구성되어 있다. 밀뫼말에는 논 4만5000평(15ha), 밭 3만 평(10ha), 과수원(7ha), 닭·오리·토끼 우리와, 퇴비사 그리고 풀밭이 조금 있다.

여기서 많은 이들은 “19세기 말 이후 21세기 초반까지 청(중국)군, 일본군, 미군이 주둔했던 용산기지에 자연 숲 조성도 힘든데, 논밭 농사가 될 법이나 한 것이냐?”라는 의문을 품을 것이다. 필자는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에서 ‘아사달 유기농 태양광 발전소’를 세운 경험을 전해 드리고 싶다.

아스팔트 주차장으로 쓰던 500평을 유기농 밭으로 조성하고 태양광발전용량 70kw/h를 결합하였다. 첫해, 마늘과 양파를 수확했다. 마늘은 탁구공만 하였고 양파는 작은 감자 크기였다. 두 번째 해, 유기농으로 김장용 배추와 무 농사를 지었다. 시중의 상품용 무·배추에 비하면 대략 무게와 크기가 40% 정도였다. 아마도 삼 년째인 올해는 땅심(地力)이 더 회복되어 밭에는 온갖 벌레가 생기고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화학 농법의 반을 넘어설 것이다.

용산국가공원에 전문가들의 머리와 경륜이 합해지고 자본과 행정이 주도해서 과연 밀뫼말이나 마을 앞산 같은 숲을 조성할 수 있을까? 시민들이 참여하면 가능할 것이다. 이제 용산 국가공원 조성 사업은 정말 대한민국 시민들의 큰 뜻과 꿈과 노동이 함께하고 그래서 그 과정 자체가 하늘·땅·사람이 어우러지는 ‘큰 역사’가 되기를 소망한다.

다만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는 용산국가공원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공존, 노동, 지혜의 덕목이 있어야만 한다. 첫째, 공존 : 사람과 사람, 대한민국과 지구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다. 둘째. 노동 : 운동의 땀과 노동의 땀을 같이 알아야 한다. 농업 노동, 풀 베기, 나무 가꾸기, 각종 도구 만들기 등의 노동이 개인 학습, 사회 학습의 기초가 된다. 셋째, 지혜 : 역사, 지리, 천문, 명상, 집단놀이, 노동 등 정보와 지식을 넘어야 지혜가 생긴다.

자급적 순환 마을과 탄소 제로 마을 공동체가 양대 기조이다. 용산 국가공원에는 자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생명의 농산물과 농업·임업·축산 부산물, 각종 생활재 폐기물이 공원 내 식당, 교육장, 선물 판매장 등에 공급되고 재활용되고 새로운 상품으로 재창조된다. 재활용과 새로운 활용은 당연히 탄소 제로 마을을 전제로 한다. 예컨대, 모든 집은 나무와 흙과 돌을 소재로 한다. 나무집이라야 이산화탄소를 흡수 고정한다. 농사를 지어도 당연히 생명의 농업(유기농업·자연농업이 중심이다. 친환경 농업이란 개념도 사절한다)이고 생활과 농업의 필요한 에너지는 자연에서 구한다.

자연 에너지의 대표적인 것이 유기농 태양광 발전소이다. 유기농과 태양광발전을 결합해야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 땅심 살리기와 함께 생명의 농산물 및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탄소 제로 마을은 모든 생산, 소비, 여가활동 등을 관철한다.

용산국가공원 부지는 100년 넘게 군사기지로 쓰였으니 지금쯤 땅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모르겠다. 토양 오염이 큰 문제다. 땅은 딱딱하게 굳어졌을 것이다. 생명은 부드럽고 따뜻한 것! 죽음은 딱딱하고 차가운 것! 땅의 생명력을 되살려야 한다. 먼저 가능한 곳부터 땅을 몇 번이고 갈아엎어야 한다. 그리고 우선 두세 가지 일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양삼(케나프) 심기 사업이다. 양삼은 박토에도 강한 생명력을 발휘하는 1년생 초본이다.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뛰어나고(상수리나무의 10배) 용도가 무궁무진하다. 땅심 회복에도 좋다. 올해 아쉬운 대로 5~6만 평에라도 심는 것이 좋다. 4월 말에 심어야 한다. 둘째, 유기농 태양광 양묘장을 1500평 정도 만들자. 양묘장 1500평에서 용산공원에 심을 각종 묘목을 생산한다.

셋째, 3대 겨울 작물인 밀·보리·유채를 심자. 10월 중·하순에 최대한 많이 심는 것이 좋다. 겨울에는 난방용으로 화석연료를 더 쓰는데, 대부분 풀과 나무는 겨울잠에 들어간다. 대기오염이 더해가며, 설상가상으로 중국과 몽골에서 황사와 미세먼지까지 날아온다. 밀·보리·유채를 최대한 심어야 한다. 우리 밀 1평을 심으면 산소가 2.5kg 배출된다. 5월이 되면 밀·보리가 제일 아름다운 녹색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시민들은 용산에서 역사(歷史)를 역사(役事)할 뜻과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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