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미래 혁신학교에 가다] ② 혁신학교 1년 맞은 광주여상
2017년 10월 17일(화) 00:00
교사 주도 수업 옛말 … 학생 주도 토론·체험학습 활기

광주여상 학생들의 수업 장면. 교사 주도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모둠별로 학생들끼리 질문을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토론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11일 찾아간 광주여상의 수업 풍경은 다소 생소했다. 모둠별로 학생들끼리 질문을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토론 교육 뿐 아니라 학생들 주도로 수업과 관심과 흥미가 있는 체험 활동이 이뤄지는 교육과정도 낯설었다.

“교사 주도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 공부에만 집중하던 수업 방식은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게 김홍록 교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빛고을 혁신학교로 변신한 광주여상에서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변화다.

혁신학교는 교사 주도로 진행되는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 학생이 수업의 중심이 되어 토론하고 참여하는 창의적 수업을 통해 모든 구성원들의 개별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한 학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혁신학교 확대 공약을 내걸었음에도, 고교의 경우 한국 교육체계상 수학능력시험과 내신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 대신, 인성·진로 교육을 강화하는 수업 방식으로 변화하는데 따른 학교측 부담감이 적지 않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일반계 고교 뿐 아니라 취업을 최우선으로 하는 특성화고도 비슷하다.

초등학교와 달리, 대입 또는 취업과 연관성이 큰 상급학교로 갈수록 혁신학교가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광주에서도 혁신학교 54곳 중 고교는 대안교육 특성화학교인 동명고와 공립고인 성덕고, 특성화고인 광주여상과 전남여상 등 4곳이 전부다.

전남도 비슷해 고작 3곳의 고교만 혁신학교로 지정된 상태다. 그나마 2015년 이후로는 고교에서는 새롭게 지정된 혁신학교가 한 곳도 없다.

광주여상은 교육계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명문 특성화고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우선, ‘청년 취업난’이 계속되는데도 취업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광주여상의 취업률은 ▲2014년(5월 기준) 51.6% ▲2015년 56.2% ▲2016년 71.1% ▲2017년 81.5%로 급등세다.

중간에 학업을 중단하는 비율도 2015년(1.7%)에 견줘 지난해(1.2%)로 감소했다.

고교 진학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엔 인문계 고교에 떨어진 뒤 특성화고에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달라져 특성화고에 응시했다가 떨어져 일반고로 가는 학생들도 생겨나고 있다.

입학하는 학생들 학력 수준도 높아져 광주여상의 경우 올 해 신입생들의 평균 성적이 중학교 내신 약 37%인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여상은 ‘매직’(매력적인 직업계고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중심의 교육 과정을 강조한 게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학교와 모든 교사들이 협력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가르치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취업 분야만 하더라도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이 되는 체험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학교 사정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했고 관련 프로그램도 철저하게 학생을 중심에 두고 계획했다는 것이다.

학교측은 이런 방식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학교 ▲머물고 싶은 행복공간 ▲인성·기초학력 제고 ▲성공적인 취업 지원 등으로 분야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교사들은 워크숍, 관련 연수를 통해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야 할 지 고민하는 기회를 가졌다.

학생들이 분야별로 ‘자신의 꿈을 정하기’, ‘친구들과 같이 밥 먹기’, ‘사랑의 김장 담그기’ ,‘1박2일 스스로 테마여행’ 등의 체험·봉사활동과 ‘테마가 있는 산책로·야외도서관 만들기’, ‘1학생 1시화 게시판 갖기’, ‘오카리나 합주 참여하기’ 등에 참여할 때는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에 충실했다.

학생들 스스로 학교 주변, 지역사회를 돌아보는 활동을 실천하면서 보람도 크게 느끼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알 수 있게 된다는 취지에서다.

혁신학교로 바뀐 뒤 꾸준하게 만들어지는 잡지 ‘도란도란’과 학교 대표 축제, 숲사랑 소년단 활동 등은 학생들 주도로 치러진 지 오래다. 학생들 스스로 선택, 결정하고 바꿔나갈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학교 축제와 학교 행사에 대한 만족도와 참여도도 높다는 게 학교 설명이다.

김홍록 교장은 “주입식 교육에 갇혀서는 인공지능을 핵심으로 하는 미래 사회에 적응할 인재를 키우기 어렵다”면서 “학생, 교사가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교육과정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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