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으로부터 그림 한 점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가게를 개업하는 친구에게 재물 운을 불러온다는 해바라기 그림을 선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미술 작품은 안목이 아니라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잠시 머뭇거려진다. 해바라기 그림에 그런 기복적 기능이 있는 줄을 나만 몰랐던 것 아닐까. 좋은 작품은 미술사가가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때론 고상한 욕망으로, 때론 사소한 끌림으로 선택하고 만들어간다.

해바라기 그림 하면 우리는 빈센트 반 고흐(1814∼1875)를 반사적으로 떠올린다. 살아생전에 그토록 불우하고 혹평받고 가난했던 화가가 사후에라도 그림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던 것은 재물을 불러오는 해바라기 덕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고흐가 그렸던 해바라기 그림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그동안 숱한 화가들이 그려왔던 장식을 위한 아름다운 꽃그림의 전통을 깨뜨렸기 때문일 것이다. 해바라기 작품 한 점에도 화가의 삶이 녹아있을 뿐 아니라 화가가 헤쳐 나갔던 풍상이 그대로 깃들어 있어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을 타는 듯한 황금빛에 이끌리게 하는 지도 모른다.

꺾여서 바닥에 놓인 작품 ‘해바라기’(1887년 작)는 강인하고 경이로워 보인다. 촘촘하게 박힌 크고 검은 씨에는 생명력이 응집되어 있어 한 송이 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거대한 생명체 같다. 거칠게 표현한 해바라기 꽃잎과 배경에서 화가가 바로 몇 초 전에 붓질을 마친 것 같은 생생함이 느껴진다. 그림을 가까이 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그림을 사랑하고 그림을 보는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그림이 고흐의 작품들인 것 같다.

그림추천을 부탁한 지인에게는 10월1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광주아트페어에 가보길 권하려고 한다. 그림이 나에게 말 걸어오며 다가오는 작품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광주비엔날레 광주폴리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