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힘을 주소서//너무 늦기 전에/어린 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그리고/신의 뜻에 따라/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신의 은총으로/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어느 소방관의 기도’ 중에서〉

강릉 경포 석란정 화재 진압 중 무너진 건물에 매몰되어 소방관 2명이 순직했다. 순직 소방관 뉴스를 접할 때마다 절체절명의 위험한 상황인 줄 알면서도 망설이지 않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소명의식에 목이 메어온다. 소방관들에게는 이기적인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직업윤리, 열정, 뜨거운 인간애가 있는 것 같다. 아니 이렇듯 빈약한 몇 개의 단어로는 이 숭고한 소방관들의 이타적인 희생을 다 표현할 수 없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렌 근처 병원의 화재에 뛰어든 소방관들’(1906년)은 프랑스 일간지 르 프티 주르날 지에 실린 삽화다. 백년도 넘을 정도로 오래전 화재 현장임에도 무시무시한 상황은 지금 눈앞의 일처럼 공포스럽다. 번뜩이며 타오르는 불기둥, 시커멓고 검은 연기 구덩이에서 불길을 잡으려 자신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방 호스를 들이대는 소방관들의 몸짓이 필사적이다. ‘살려 달라’는 단말마적인 고통과 비명에 휩싸인 환자를 구하는 소방관들의 손길이 구세주같다.

삽화를 그린 이는 알 수 없지만 그 어떤 대가의 작품과 비견할 수 없을 만큼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려 한’ 소방관들의 혼신의 순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깊은 울림을 준다. ‘화재에 뛰어든 소방관들’의 삽화가 수록된 책 ‘궁극의 리스트’의 저자 움베르토 에코(1932∼2016)는 이 책에서 인류가 쌓아온 문화의 기원과 인간의 욕망, 지옥 같은 혼란의 여러 상황들을 나열하고 있지만 그래도 “불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임을 여러 차례 되풀이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광주폴리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