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 발표에 한반도 안보 위기는 물론 세계 곳곳에 전운이 감도는 듯 분위기가 흉흉하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전쟁의 공포는 영화나 인터넷 게임처럼 구경거리나 뉴스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설마 전쟁이 나겠나 하는 안보 불감증인 것도 같아 요즘에는 와락 불안해진다.

미국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은 우연히 발견한 전쟁만화에서 이미지를 차용한 작품 ‘꽝(Whaam)’(1963년 작)을 통해 군사적 공격성의 터무니없음을 폭로하였다. 화폭 두 개를 이어 붙여 만화책을 펼친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두 대의 제트기가 전투하는 결정적 찰나를 묘사하고 있다. 전투조종사의 말풍선을 통해 조종사가 발사단추를 누르고 로켓이 하늘을 가로질러 적기를 폭격해 화염에 휩싸이고 있는 모습을 실감 있게 ‘들려’준다. 폭격당한 전투기가 ‘꽝!’하며 폭발하는 모습은 굉음, 연기, 혼란의 상황을 뚜렷한 윤곽선으로 증폭시켜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꽝’ 이전에도 빠르게 발사되는 무기의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를 제목으로 한 작품 ‘타카타카’(1962년 작)를 비롯해 여러 점의 ‘폭발’시리즈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몇몇 비평가는 1960년대 반전 운동과 연계해서 그의 전쟁 만화 그림을 평화주의적 메시지로 이해하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행복한 눈물’(1964년 작)의 작가로도 알려져 있는 리히텐슈타인은 성인 취향의 로맨스 만화와 디즈니 만화 주인공들을 대형화폭에 담아 대중이미지와 순수예술을 조합함으로써 새로운 시각 어법을 창조했다. 또한 작가는 전통 미학에 대한 도발로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도전적이면서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한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광주폴리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