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봄 날씨를 변덕스러운 여자 마음 같다했는가. 맑은 하늘에 내리는 여우비, 하루에도 몇 차례씩 굵은 장대비 좍좍 쏟아지다 금방 그치고 마는 올해 여름 날씨야말로 변덕 그 이상이었던 것을. 기상이변 때문인지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요란한 소나기도 올 여름 유난했던 것 같다.

미국 출신의 월터 드 마리아(1935∼2013)의 ‘번개 치는 들판’(1971∼1977년 작)은 제목 그대로 번개가 바로 작품이다.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번개나 천둥소리는 두려운 것이어서 작품 속 번개의 섬광을 마주하니 대자연의 위엄에 한없이 작아진다.

월터 드 마리아는 폭풍우가 빈번하기로 유명한 장소인 뉴 멕시코 퀴마도의 사막 한 가운데 가로 1.6km, 세로 1km의 면적 위에 7m 높이의 스테인레스 스틸봉 400개를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하였다. 비바람이 불 때마다 금속 기둥은 번개를 모아주었고, 번쩍하며 번개가 튀어 오르는 장관은 태초의 풍경 같기도 하고 세상의 종말 같기도 한 초월적 분위기로 가득하다. ‘번개 치는 들판’을 보기 전 번개를 기다리는 동안을 담은 작품인 ‘폭풍 전의 들판’도 스펙터클하다.

사막이나 산악, 해변, 설원 등 광활한 자연 풍경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작업인 대지미술(Land Art)은 1960년 대 후반 영국과 독일, 특히 미국에서 유행했다. 물질로서의 예술을 부정하고 미술시장에서 벗어나 자연의 재인식, 자연환경의 창조적 응용 등을 강조한 대지미술은 여러 행위들을 사진으로 기록해 남겼다.

네바다 사막의 석회가루로 12피트의 간격을 둔 평행선을 1마일(1.6km)에 걸쳐 곧게 그린 ‘1마일의 드로잉’(1968년 작)으로 세계 현대미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대지미술의 선두 작가로 두각을 나타냈던 월터 드 마리아는 만년에는 대형설치 작품으로 공간의 웅장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일본 나오시마의 지추미술관에 설치한 거대한 규모의 구체조각과 나무로 만들어진 작품들인 ‘시간/영원/시간 없음’(2004년 작)이 대표작으로 영원의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자연의 빛을 끌어들인 대지미술의 정수를 보여주고도 있다.

〈광주비엔날레 광주폴리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