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비추는 태양이 싫어/…/태양을 피하고 싶어서/아무리 달려보아도/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

대중가수 비가 불렀던 노래에서처럼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 이 찌는 듯한 더위를 벗어나고 싶은 날들이다. 태양을 피하고 싶은 이유야 노래를 불렀던 가수와 다르겠지만, 도무지 이 여름을 견디기가 어렵다. 입추가 지나서도 꺾이지 않는 이 긴 여름 더위를 피하려고 이어지는 피서 행렬에 다시 동참하고 싶어진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현대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1937∼ )의 작품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1967년 작)은 누군가가 방금 물 속으로 ‘첨벙’ 다이빙한 흔적만으로도 더위를 가시게 한다. 누군가가 뛰어든 물보라 속으로 금방이라도 뒤이어 퐁당하고 들어가 수영하고 싶게 하는 그림이다.

여가와 이국적 정취가 숨쉬는 일련의 수영장 그림을 여럿 그렸던 호크니의 작품은 특히 기하학적 건축물에서 보이는 디자인적 감각과 대담한 색채, 시원한 물보라가 부서지는 순간을 잘 포착하고 있어 우리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그런가 하면 일렁이는 물결에 대비되는 정적 이미지가 묘한 여운을 주기도 한다. 분명 동적인 순간임에도 시간의 흐름을 거부한 듯한 ‘응결의 움직임’이 오래 바라볼수록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공허함과 고요함으로 남는다.

그가 없었다면 미술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호크니는 화가와 드로잉작가, 판화가, 사진가, 무대 디자이너로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호크니의 그림은 패션계와 영화계에서도 주목을 받아 그 제목 그대로 영화 ‘A Bigger Splash’로도 제작되어 개봉되기도 했다. 최근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160점이 넘는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전’이 열려 애호가들을 반긴다고 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