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우가 교대하면서 무더운 여름이 절정이다. 나무 아래 쏟아지는 매미소리가 여름날 소나기 휘몰아치는 음향처럼 들리는 것도 그만큼 이 여름이 뜨겁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옛 선인들이 누렸던 피서법 중의 하나인 탁족이 떠오른다. 산간 계곡의 물에 발을 담그면서 더위도 씻고 정신 수양을 하기도 했던 탁족은 문사들과 화가들에게 좋은 예술적 소재가 되기도 했다.

한국화가 목운 오견규(1947∼ )의 작품 ‘애련도(愛蓮圖)’(2017년 작)를 처음 마주한 순간 초록 우산 같은 연잎과 물오른 가지들과 아름다운 백련과 홍련이 이루는 조화가 너무나도 시원해서 찌는 무더위를 저만치 물러나게 하는 것 같았다. 연꽃 방죽가에 앉아있는 정자의 기둥을 물에 담궈 탁족의 의미를 담은 것도 감각적으로 우리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해 준다.

목운은 “한 여름 소나기라도 한 줄금 치는 날이면 연꽃을 사랑해서 글을 썼던 주무숙의 ‘애련설(愛蓮設)’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연꽃 방죽가를 서성인다”면서 “그동안 보아온 연꽃과 바람에 실려 오는 은은한 향기를 기억하며 생각으로 그렸다”고 들려준다.

주자에 의해 송학의 시조자로 받들어진 중국 북송 때의 유학자였던 무숙 주돈이(1017∼1073)는 연꽃에 대한 최고의 찬사를 담은 ‘애련설’을 남겼다. 목운은 ‘애련설’ 중에서도 “연꽃은 진흙에서 나오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잔물결에 깨끗이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줄기 속은 비어있으나 겉은 곧아서 덩굴이나 가지를 뻗어내지 않는다”는 대목을 마음에 새기고 배우기 위해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서양의 풍경화가 인간의 이성으로 자연을 분석하여 바라본 그림이라면, 우리의 산수화는 자연의 이치에 감응하고 그 속에 동참하려는 의식을 담은 그림이어서인지 이 한 점의 그림이 우리 마음 속에 풍성한 연지(蓮 池)를 만들어준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