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노예가 주인이 된다
2017년 03월 20일(월) 00:00 가가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자의식이 강한 요즘 사람들에게 주인으로 살래? 노예로 살래? 라고 묻는다면 듣게 될 답은 뻔하다. 주인의 삶이 아니고 노예의 삶을 자발적으로 택하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사람은 마땅히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예는 무능하고 의존적이어서 자율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며, 그래서 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는다고 배우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말에 따르면 주인과 노예의 관계는 단순히 지배와 복종이라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주인과 노예의 사이에서 ‘변증법’이라는 묘한 원리가 작동하면 무능한 노예가 주인보다 더 똑똑해져서 ‘노예의 역습’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헤겔은 ‘정신현상학’(1807)이라는 그 어렵기로 유명한 책에서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는데 이를 변증법의 작용이라고 말한다. 소문과는 달리 헤겔이 풀어 가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 대한 논리는 어렵기는커녕 명쾌하고 단순하다.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관계를 현실에서 목격하기 때문일까? 그의 논리는 지금 우리가 비싼 값을 치르면서 학습하고 있는 ‘공주와 시녀’의 왜곡된 관계에서도 문제의 핵심이 드러난다.
헤겔에 의하면 주인과 노예 사이에서 힘의 관계가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결정적인 변화를 겪는다. 주인과 노예는 처음에는 흔히 그런 것처럼 지배와 복종의 관계로 만나지만 어느 사이에 주인과 노예의 위치가 바뀌면서 주인이 노예가 되고 노예는 주인이 되는 역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헤겔의 주장에서 중요한 대목은 주인의 자격이다. 이유 없이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뒤바뀌는 것이 아니다. 주인이 자신이 부리는 노예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는 중요한 이유는 주인의 무능함이다.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설령 처음에는 자격을 갖춘 주인이라도 주인이 된 후에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주인이 되고 나서는 직접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주인의 주변에는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잘하는 충직한 노예가 있지 않은가. 주인이 하는 것은 힘들여 노동하는 것이 아니고 노예가 열심히 거둬들인 탐스러운 ‘소득’을 소비하며 노예를 더욱 독려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주인은 생산자가 아니고 철저하게 게으른 소비자로 변한다.
또한 주인은 노예의 노동으로 살기 때문에 복종을 잘하는 노예에게 기꺼이 자신의 권한을 나눠 준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주인의 비극과 몰락이 시작된다. 노예가 주인을 위해서 일을 할수록 주인은 점점 나태해지고 무능해지며 열등해진다. 모든 것을 노예에게 맡기고 할 일 없이 빈둥대는 주인에게 일어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결과다. 결국 주인은 노예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점점 무능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마침내 주인은 노예의 생각과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노예는 더 이상 노예가 아니고 주인은 이름만 주인일 뿐 노예의 도구로 전락한다.
반면에 노예는 주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모든 힘과 수단을 동원한다. 노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조건 복종하는 것임을 잘 안다. 그러면서 노예는 주인의 절대적 인정과 신뢰를 받게 되고 점차 주인의 권한과 힘을 공동 소유하고 행사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은 현실에 대한 감각을 잃고 무기력해진다. 하지만 주인이 무능해질수록 이에 비례해서 노예의 능력과 힘은 커지며 노예는 주인의 모든 것을 지배하기에 이른다. 결국 노예는 주인보다 더 주인다운 주인이 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다는 것이 헤겔의 주장이다.
이러한 헤겔의 주장은 주인의 자리가 유동적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주인의 자격이 타고난 자연 상태의 신분이나 특정한 사람이 독점하는 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주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러한 인정을 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보다도 노예에게는 없는 주체적인 사고 능력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책임감이다. 또한 주인의 능력은 한순간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헤겔의 변증법이 작동되면서 주인은 노예에게 모든 권한을 내주고 뒷전으로 물러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주인과 노예의 관계는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 크고 작은 일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주인이 노예의 노예가 되는 어이없는 상황은 유감스럽게도 그 민망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공주와 시녀’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복종 잘하는 노예를 부리고 싶거나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기꺼이 노예가 되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직장과 가정에서, 주변 사람과의 사이에서 주인과 노예의 구조는 계속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누군가를 소유물로 여기는 주인과 누군가의 부끄러운 노예이고자 할 것인가?
이제 함께 겪은 고통스러운 터널을 벗어나 새로운 시작의 시간을 맞는다. 주인과 노예라는 낡은 시대의 관계방식을 청산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주인’의 삶을 시작할 때다. 정신과 몸의 부당한 예속을 거부하며,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복종도 강요하지 않는 자유정신을 실천하는 그런 주인으로서의 삶 말이다.
헤겔은 ‘정신현상학’(1807)이라는 그 어렵기로 유명한 책에서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는데 이를 변증법의 작용이라고 말한다. 소문과는 달리 헤겔이 풀어 가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 대한 논리는 어렵기는커녕 명쾌하고 단순하다.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관계를 현실에서 목격하기 때문일까? 그의 논리는 지금 우리가 비싼 값을 치르면서 학습하고 있는 ‘공주와 시녀’의 왜곡된 관계에서도 문제의 핵심이 드러난다.
주인이 되고 나서는 직접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주인의 주변에는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잘하는 충직한 노예가 있지 않은가. 주인이 하는 것은 힘들여 노동하는 것이 아니고 노예가 열심히 거둬들인 탐스러운 ‘소득’을 소비하며 노예를 더욱 독려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주인은 생산자가 아니고 철저하게 게으른 소비자로 변한다.
또한 주인은 노예의 노동으로 살기 때문에 복종을 잘하는 노예에게 기꺼이 자신의 권한을 나눠 준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주인의 비극과 몰락이 시작된다. 노예가 주인을 위해서 일을 할수록 주인은 점점 나태해지고 무능해지며 열등해진다. 모든 것을 노예에게 맡기고 할 일 없이 빈둥대는 주인에게 일어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결과다. 결국 주인은 노예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점점 무능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마침내 주인은 노예의 생각과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노예는 더 이상 노예가 아니고 주인은 이름만 주인일 뿐 노예의 도구로 전락한다.
반면에 노예는 주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모든 힘과 수단을 동원한다. 노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조건 복종하는 것임을 잘 안다. 그러면서 노예는 주인의 절대적 인정과 신뢰를 받게 되고 점차 주인의 권한과 힘을 공동 소유하고 행사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은 현실에 대한 감각을 잃고 무기력해진다. 하지만 주인이 무능해질수록 이에 비례해서 노예의 능력과 힘은 커지며 노예는 주인의 모든 것을 지배하기에 이른다. 결국 노예는 주인보다 더 주인다운 주인이 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다는 것이 헤겔의 주장이다.
이러한 헤겔의 주장은 주인의 자리가 유동적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주인의 자격이 타고난 자연 상태의 신분이나 특정한 사람이 독점하는 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주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러한 인정을 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보다도 노예에게는 없는 주체적인 사고 능력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책임감이다. 또한 주인의 능력은 한순간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헤겔의 변증법이 작동되면서 주인은 노예에게 모든 권한을 내주고 뒷전으로 물러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주인과 노예의 관계는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 크고 작은 일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주인이 노예의 노예가 되는 어이없는 상황은 유감스럽게도 그 민망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공주와 시녀’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복종 잘하는 노예를 부리고 싶거나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기꺼이 노예가 되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직장과 가정에서, 주변 사람과의 사이에서 주인과 노예의 구조는 계속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누군가를 소유물로 여기는 주인과 누군가의 부끄러운 노예이고자 할 것인가?
이제 함께 겪은 고통스러운 터널을 벗어나 새로운 시작의 시간을 맞는다. 주인과 노예라는 낡은 시대의 관계방식을 청산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주인’의 삶을 시작할 때다. 정신과 몸의 부당한 예속을 거부하며,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복종도 강요하지 않는 자유정신을 실천하는 그런 주인으로서의 삶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