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는 가라!
2017년 01월 09일(월) 00:00 가가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
낮 시간인데 중학생인 큰 아이가 침대에 누워 있다. 두어 시간이 넘어가자 스멀스멀 잔소리가 올라온다. 불편한 심기를 담아 불러 본다. “아들! 뭐해?” 대답이 없다. 재차 묻는다. “뭐 하냐고?” 아들은 고개도 안 돌리고 대답한다. “아무것도 안 해!” 나는 곧장 되묻는다. “왜?” 질문이 짧아서인가. 돌아오는 대답도 짧다. “그냥!” 이쯤 되면 슬슬 약이 오른다. “그렇게 누워만 있지 말고 뭐라도 하지 그래!” 아들이 대답한다. “왜? 그냥 이렇게 있으면 안 돼?”
나는 씨도 안 먹힐 이야기로 응수한다. “시간은 중요하잖아. 시간을 그렇게 낭비하면 안 되지.” 여기서 그냥 물러나면 중2가 아니다. “누가 몰라? 그래도 한 번씩은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 아빠는 안 그래?” 맞다. 나 역시 그러지 않는가! 뭐라고 대답하기 곤란하다. 그 정도에서 말았어야 하는데 말문이 막힌 나는 눈을 부라리며 대뜸 소리를 지른다. “이 자식이! 어디 아빠한테 또박또박 말대꾸야! 당장 일어나지 못해!” 아들은 마지못해 일어나며 분노의 눈초리로 나를 본다. 부자간의 대화는 또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화를 내고 나자 금방 후회가 밀려온다. 명색이 정신과 의사인데도 사춘기 아들과의 대화는 늘 쉽지 않다. 내 나름대로는 노력을 한다고 해 보지만 대화는 겉돌기 일쑤이다. 의도와 결과가 영 딴판이다. ‘나는 멘토 같은 자상한 아버지가 되고 싶은데 왜 현실은 점점 꼰대 같은 아버지가 되어 가는 것일까?’ 분명히 나의 어떤 면이 아들에게 불편함과 거리감을 주고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아들과의 대화는 순수하지 못하다. 늘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대 때문이지만 나의 경우에는 다소 지나친 면이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을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설득해 왔으니까.
아들 녀석이 중학생이 된 후로는 특히 설득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면 설득은 쉽게 강요로 바뀌곤 했다. 그냥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명령조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잘 감춰 왔던 내 안의 꼰대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거 참! 내가 너무 싫어하는 모습 아닌가! 나이나 권위를 앞세워 복종을 강요하고,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려 드는 그 일방통행.
요즘 ‘아재’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는 젊은 사람들과 코드가 맞고 대화도 잘 통하는 남자 어른들을 일컫는 호칭이다. 즉, 청춘들에게 꼰대가 불통의 상징이라면 아재는 소통의 상징이다. 그렇기에 남자 어른들은 아재이기를 소망한다. 나이 든 직장인의 경우에는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애써 젊은이들의 관심사에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옷도 젊게 입으려 하고, 어설프지만 유행하는 아재개그를 흉내 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재가 되고 싶다고 해서 아재가 되는 것일까? 사실 대부분의 꼰대들은 자신이 꼰대임을 잘 모른다. 마치 심한 음치가 스스로 음치인 줄을 모르는 것과 같다. 심지어는 음치인 데도 노래를 잘 부른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다들 꼰대라고 생각하는데 스스로는 아재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러나 꼰대를 우리 사회 불통문화의 상징으로 본다면 굳이 남자 어른에 국한시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에 꼰대는 널려 있다. 싫다는 데도 술을 강요하는 대학 선배는 ‘젊은 꼰대’이고, 자녀의 일상생활 모든 것을 관리하는 헬리콥터 맘은 ‘엄마 꼰대’이며, 4년 동안 귀를 닫고 권력을 사유화시킨 박근혜 대통령은 꼰대 중에서도 ‘왕꼰대’이다.
그리고 주변에는 걸핏하면 호통을 치는 노골적 꼰대도 있지만 점잖은 말투로 인생 설교를 하는 은밀한 꼰대도 많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도나 판단이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느끼느냐이다. 나는 관심과 조언으로 한 말이지만 상대에게는 간섭과 참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찔리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찔리지 않는 사람들 역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꼰대 성향’이 있는데다가 우리는 오랜 군사독재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꼰대문화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는 꼰대일 수 있다. 그러므로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난 꼰대가 아니야!’라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거나 ‘난 꼰대라는 소리는 안 들어야지!’라는 결심을 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언제 누구와의 관계에서 어떤 식으로 꼰대 성향을 드러내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자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안팎의 어둠이 물러날 때까지 촛불을 들 것이다. 꼰대는 가라!
아들 녀석이 중학생이 된 후로는 특히 설득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면 설득은 쉽게 강요로 바뀌곤 했다. 그냥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명령조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잘 감춰 왔던 내 안의 꼰대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거 참! 내가 너무 싫어하는 모습 아닌가! 나이나 권위를 앞세워 복종을 강요하고,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려 드는 그 일방통행.
요즘 ‘아재’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는 젊은 사람들과 코드가 맞고 대화도 잘 통하는 남자 어른들을 일컫는 호칭이다. 즉, 청춘들에게 꼰대가 불통의 상징이라면 아재는 소통의 상징이다. 그렇기에 남자 어른들은 아재이기를 소망한다. 나이 든 직장인의 경우에는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애써 젊은이들의 관심사에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옷도 젊게 입으려 하고, 어설프지만 유행하는 아재개그를 흉내 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재가 되고 싶다고 해서 아재가 되는 것일까? 사실 대부분의 꼰대들은 자신이 꼰대임을 잘 모른다. 마치 심한 음치가 스스로 음치인 줄을 모르는 것과 같다. 심지어는 음치인 데도 노래를 잘 부른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다들 꼰대라고 생각하는데 스스로는 아재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러나 꼰대를 우리 사회 불통문화의 상징으로 본다면 굳이 남자 어른에 국한시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에 꼰대는 널려 있다. 싫다는 데도 술을 강요하는 대학 선배는 ‘젊은 꼰대’이고, 자녀의 일상생활 모든 것을 관리하는 헬리콥터 맘은 ‘엄마 꼰대’이며, 4년 동안 귀를 닫고 권력을 사유화시킨 박근혜 대통령은 꼰대 중에서도 ‘왕꼰대’이다.
그리고 주변에는 걸핏하면 호통을 치는 노골적 꼰대도 있지만 점잖은 말투로 인생 설교를 하는 은밀한 꼰대도 많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도나 판단이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느끼느냐이다. 나는 관심과 조언으로 한 말이지만 상대에게는 간섭과 참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찔리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찔리지 않는 사람들 역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꼰대 성향’이 있는데다가 우리는 오랜 군사독재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꼰대문화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는 꼰대일 수 있다. 그러므로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난 꼰대가 아니야!’라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거나 ‘난 꼰대라는 소리는 안 들어야지!’라는 결심을 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언제 누구와의 관계에서 어떤 식으로 꼰대 성향을 드러내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자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안팎의 어둠이 물러날 때까지 촛불을 들 것이다. 꼰대는 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