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축구는 민중의 예술로 성장했다.”

축구전문작가인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은 저서 ‘축구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는 자못 극적이어서 예술이상이고, 예술보다 한결 현실적이고 생생하기 때문이란다. 건각들이 그라운드의 푸른 공간을 누비며 공을 차는 힘찬 모습은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 어떤 행위 예술보다 더 드라마틱해 공감이 간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대장정의 막이 올랐다. 평소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다가도 이렇게 월드컵이 열리면 갑자기 ‘골수 축구팬’이 되어 골 하나에 마음 졸이고 네이마르, 메시 등 새 축구 영웅 탄생에 환호한다. 한국 대표 팀에서도 이근호, 손흥민 선수의 눈부신 활약에 간절한 월드컵 1승을 기원해 본다.

월드컵의 뜨거운 열정을 작가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다. 팝 아트 조각가 고근호의 ‘전사들’(2006년 작)은 열정에 사로잡힌 축구선수들을 면 조각한 철판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각각의 전사들은 골키퍼, 드리블한 선수에게 태클거는 모습, 헤딩, 그 어렵다는 오버 헤드 킥과 골 세리머니 등 역동적인 경기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를 등에 짊어지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바로 전사들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 즈음의 태극문양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뻐근해진다.

철과 알루미늄 면재를 잘라 절제된 색칠을 한 뒤 조립하는 방식의 팝 아트 조각 작업으로 새 길을 열어가고 있는 작가는 “로봇과 장난감을 좋아하고 아직도 초등학교 근처의 문방구에서 설레인다”고 한다. ‘장난감과 예술의 경계 사이에 모호하게 서있는’ 작가의 팝 아트 조각과 우리 시대 영웅으로 등극한 축구 전사들의 모습은 보고 또 보아도 유쾌하고 재미지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