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카를 마르크스가 남긴 말이다. 인간은 어제보다는 오늘 분명 한걸음 더 진보한다고 믿기에 ‘역사의 반복’은 흘러간 명언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온 국민을 침통 속 집단 트라우마 상태로 빠뜨린 ‘세월호 침몰사고’는 참혹했던 역사적 사건을 미술작품으로 영원히 기록해놓은 그림 한 점을 떠올리게 한다.

1816년 6월 프랑스의 식민지인 세네갈로 출항하던 범선 메두사호가 암초에 부딪혀 난파되었다. 배에 탄 사람은 모두 4백여 명으로 여섯 척의 구명정에는 2백50명밖에 탈 수 없었고, 버려진 셈이나 마찬가지인 나머지 1백49명은 메두사호의 잔해로 뗏목을 만들었다. 여섯 척의 구명정에 뗏목을 묶어 끌고 가다 속도가 나지 않자 선장은 뗏목과 연결된 밧줄을 끊어버린다.

프랑스의 낭만주의 화가 데오도르 제리코(1791∼1824)의 ‘메두사의 뗏목’(1819년 작)은 그렇게 버려진 뗏목 위에서 결사적으로 죽음과 싸우고 있는 생존자를 묘사하고 있다. 또 다시 몰려오는 검은 구름, 집채 만 한 파도,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앉아있는 노인… 희망적이게도 뗏목 오른쪽에는 멀리 수평선 너머 배를 발견한 두 사람이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흰 천을 흔들고 있다.

12일 만에 범선 아르고호에 의해 구조되었을 때는 생존자가 15명에 지나지 않았다. 제리코는 충실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2명의 생존자와 만나 절체절명의 당시 상황을 전해 듣고 실제 크기의 뗏목을 만들기도 했다. 제리코는 무능한 지도자로 인해 많은 사람이 희생당한 사건을 ‘파리 살롱전’에 전시함으로써 미술을 통한 사회적 발언으로 후대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눈물을 삼키며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그 발걸음들에서 제리코가 잊지 않기 위해 그림에 새겨 넣었던 슬픔과 분노를 본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