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빛나던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박목월 작 ‘사월의 노래’중에서〉

목련꽃이 피면 시인의 노래처럼 그 그늘 아래서 무엇이라도 읽고 싶어진다. 목련은 그렇다! 봄이 왔기에 목련이 피는 것이 아니라 목련이 피어서 봄이 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화가들에게 목련꽃은 계절의 기쁨이기에 앞서 조형적으로도 끌리는 대상이었을 것이다. 맑은 공기와 투명한 빛의 발견으로 밝고 명랑한 색조의 한국적 인상주의를 개척한 오지호선생(1905∼1982) 역시 남도의 산하와 일상의 친근한 정취를 주로 그려왔지만 목련, 모란 등 꽃을 소재로 한 작품도 다수 남겼다. 작품 ‘목련’(1966년)은 봄날 목련꽃의 세 가지 표정을 한 화면에서 보여준다. 이제 갓 눈을 뜬 봉오리의 두근거림, 조심스럽게 잎을 여는 수줍음, 활짝 피어난 순간의 환희를 연상시키는 세 떨기 목련꽃에서 자연을 가슴으로 마주했던 화가의 감성을 만나게 된다.

‘위대한 화가이면서 위대한 이론가’인 경우가 드문 우리나라에서 오지호선생은 일찍이 색채에 대한 정연한 이론과 분석을 열정적으로 개진해 ‘순수회화론’ 등 미술론을 정립하기도 했다. 그가 왜 대가인지, 왜 지금까지도 오지호 화풍이 남도 화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화가의 작품은 ‘지산동 오지호 家’의 꽃밭에 서있는 목련을 그린 것이라 한다. 그 목련을 보고 싶어 지난 주말 ‘지산동 오지호 家’를 찾았다. 화가가 생활했었던 초가집은 여전하고 간결한 규모의 화실 앞 목련을 비롯해 동백, 모란, 히야신스, 수국들이 따순 봄빛을 즐기고 있었다. 아쉽게도 목련꽃은 이미 지고, 꽃 진 자리엔 연두 빛 여린 새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