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착한 사람은 갈등이 초래하는 대결국면의 긴장감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나쁜 사람은 오히려 의도적으로 그런 상태를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고 구분을 한다.

착한 사람은 나쁜 사람을 당해내기 어렵다는 것이 결론이다. 아직까지 ‘정의는 있다’고 믿으며 ‘사필귀정’과 ‘권선징악’을 지향하기에 마키아벨리의 이론은 불편하다. 인간의 선과 악은 무엇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성서에서 창조주는 악이 널리 퍼지고 타락한 인간 세상을 벌하기 위해 홍수로 이 세상을 잠기게 한다. 가장 완전한 이상세계인 에덴동산을 다시 이루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창조주의 계시를 받은 노아는 120년 동안 방주를 만들어 무사히 살아남은 뒤 인류의 조상이 된다.

인류 최초의 대재앙이라 할 성서 속 홍수가 영화 ‘노아’로 재현돼 ‘노아의 방주’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한다. 영화는 ‘노아의 방주’가 소재이지만 상당부분은 성서와 달리 판타지로 펼쳐진다.

미켈란젤로(1475∼1564)는 오래 전 상상 속 노아의 방주를 시스티나 예배당의 원형 천정화에서 ‘대홍수’(1508∼09년)장면으로 묘사했다. 거장은 노아의 방주만을 모티브로 삼지 않고 바위를 타고 오르거나 배로 기어오르고 피난처를 찾으며 재난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여러 군상을 담아냈다. 끔찍한 공포와 죽음에 이르는 절망적인 모습을 치열하고 극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회화, 조각, 건축에서 신과도 같은 능력을 지녔던 미켈란젤로는 데생에서 재능의 절정을 이뤘다. 천정화를 보면 “사람들이 하도 데생을 어려워하기에 신이 미켈란젤로를 보냈다”는 당대의 찬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놀라운 입체감을 표현한 뛰어난 데생력과 세련된 화면을 표현해낸 능숙한 색채기법의 천정화에서 대화가 미켈란젤로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