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슬픈 사람의 뒷모습이/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윤동주 작 ‘참회록’중에서〉

시인에게 운석은 암담한 시대 상황에서 마주한 불행의 역사, 슬픈 운명을 암시하는 시적 메타포였다. 밤하늘 아래 포물선을 그으며 떨어지는 별똥별에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기대하는 우리들의 마음도 시적 감성이었을 것이다.

최근 경남 진주, 전북 고창 등에 운석이 떨어져서 화제가 되고 있다. 운석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보니 운석사냥꾼도 등장했다 한다. 우주에서 날아온 암석에 부치는 시적 상상도, 운석에서 지구 출생의 비밀을 밝히려하는 과학적 사고도 찾아볼 수 없다.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작품 ‘피레네의 성’(1959년 작)은 전설 속의 라퓨타섬처럼, 아니 떨어지다 멈춘 운석처럼 우리의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한다. 운석이 대기 중에서 다 타지 않고 지구 중력에 의해 끌어당겨지는 것이라면, 상상 속의 라퓨타섬은 다이아몬드처럼 박힌 비행석이 중력에 반하는 힘을 갖고 거대한 크기의 바위를 공중에 둥둥 떠 있게 하는 것이다. 마그리트는 공중의 성을 실제처럼 보이도록 화면을 청색, 회색, 황백색으로 채웠다.

자연의 무한한 잠재성의 상징으로서 돌에 매혹되었던 마그리트는 바위가 지니고 있는 무생물성, 시간의 흐름, 세월의 축적, 그 앞에 선 인간의 무기력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반 고딕, 반 사라센 양식의 요새를 보며 잠시나마 우리의 의식을 무한 상상의 우주 차원으로 확장시켜 본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