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옷을 벗어야 하는가?”

70년대 초반부터 여성 미술인들은 남성 중심적 문화로 인하여 여성이 미술의 주류에서 배제되거나 차별을 당했다는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80년대 가장 대표적인 행동주의 그룹은 익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게릴라 걸스(Guerilla Girls)’로, 이들은 고릴라 가면을 뒤집어쓰고 하는 퍼포먼스, 강의, 출판,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이미지가 프랑스의 신고전주의 화가 앵그르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으로 ‘그랑드 오달리스크’의 몸에 성난 고릴라 탈을 붙인 포스터(1989년 작)이다. 미국 최대의 미술관이라 불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전시하고 있는 근대미술 작품 중 여성 미술가의 작품은 5% 이하인 반면, 누드 작품의 85%는 여성인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여성미술의 역사를 연구해 온 미술사학자 휘트니 채드익(Whitney Chadwick)은 저서 ‘여성, 미술, 사회’에서 “옛 거장과 걸작을 통해 규명되는 미술사의 흐름에서 여성이 생산자라기보다 시각적 볼거리인 재현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음”에 주목해 ‘게릴라 걸스’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1908년 3월 8일 미국의 1만5000여 여성 노동자들이 뉴욕에서 선거권과 노동조건 향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백여 년 전 선배 여성들 덕분으로 여성들의 권리는 향상되어 왔지만 완전한 양성 평등을 이루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1970년대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Linda Nochlin)이 던졌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존재하지 않는가?”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