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철학·가르침의 원전 … 세계인의 문화콘텐츠 충분”
2013년 03월 11일(월) 00:00 가가
[3부 인도편] ⑦ 석학이 말하는 ‘라마야나’
힌두교 성지 중 한 곳인 인도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은 짙은 어둠이 깔린 후에도 배를 탄 순례자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갠지스강은 인도의 젖줄이자 강 자체가 ‘강가’라는 이름의 여신으로 숭배된다. /인도 바라나시=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인도 전역 어느 곳을 가더라도 해외 여행객이 ‘라마야나’(Ramayana)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현지인의 눈빛은 달라진다. ‘힌디’(Hindi)에게 생활의 경전으로 추앙받는 라마야나에 대한 이방인의 관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갑게 여겨지는 것이다. 이방인을 만나 한 순간 수다쟁이로 변한 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라마야나에 대해 얘기하기 바쁘다.
‘아시아 문화원류를 찾아서’ 인도편 취재에 나선 광주일보 특별취재팀은 라마야나와 관련해 현지에서 철학교수와 문화학자, 라마를 모시는 사제(司祭) 등 다양한 전문가를 만날 수 있었다. 인도 전역을 관통하는 이 대서사시를 두고 이들은 “이 훌륭한 이야기가 원전 그대로 세상에 널리 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샨띠니께딴의 사브즈꼴리 센 인디라 간디센터 소장과 아요디아에 있는 스리람 발라브헤쿠르지 아쉬람의 라즈 쿠마르 다스 사제, 뉴델리 인도국립문예진흥원의 스리니바사라오 책임비서는 라마야나의 가치를 설명하며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격한 감정에 빠지다가도 냉철하게 현재의 시점으로 라마야나를 이야기했다.
- 인도인들이 라마야나에 열광하는 이유는
▲라즈 쿠마르 다스=라마는 비쉬누(Vishnu)신의 아바따(Avatar)로, 신이면서 인간이다. 완벽한 품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라마를 조금이라도 따라한다면 선(善)을 향하는 길로 들어선다. 라마야나를 읽은 이들은 모두 자기 식대로 내용을 받아들이고 좋은 것을 배우려 한다.
깊숙히 살펴보면 라마야나에는 단어 하나하나마다 인생 철학이 들어있다. 라마도 중요하지만 동생인 바라따의 형을 위한 ‘헌신’은 내 인생을 휘감고 있는 화두다. 왕위 욕심을 버리고 철저히 위대한 형을 위해 사는 바라따의 모습은 아름답다. 사제로서 나 또한 라마에게 헌신하기 위해 고행과 수행을 하고 있다. 라마야나는 결국 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인생 지침서’라고 볼 수 있다.
▲사브즈꼴리 센=라마야나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펼쳐져 있다. 모리셔스를 아는가? 아프리카 동쪽의 조그만 섬인 모리셔스의 주민들도 라마야나를 알고 있다. 세네갈, 기아나에도 라마야나가 퍼져 있다. 인도와 국경을 맞댄 동남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다. 문화권이 다르지만 라마야나는 사람들이 좋아할 공통적 정서를 가지고 있다.
난 라마야나를 읽을 때마다 라마와 시따의 사랑에 매료된다. 시따가 납치됐을 때 람이 얼마나 슬퍼하고 시따를 생각하는지, 우기가 되면 ‘아! 비가 내리고, 땅이 젖었네’, ‘아! 시따가 있으면 함께 꽃을 보며 길을 걸을텐데….’. 이런 글을 볼 때마다 한 사람에 대한 절절한 사랑의 마음이 느껴졌다. 라마와 시따 사이는 끊을 수 없는 사랑의 고리가 존재한다. 장대한 러브스토리다.
-라마야나는 그 ‘인기’에 비해 미디어를 통해 널리 소개되지 않은 것 같다.
▲사브즈꼴리 센=인도인들은 경건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쉽게 다른 매체로 다루는 것을 원치 않았다. 라마의 그 신성함이 잘못 표현되면 대중들이 대단한 분노를 느낄 것이다. 영화산업이 활발한 인도에서도 그런 이유로 TV 드라마 외에는 소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나 라마의 활약을 화려한 영상으로 보길 원하고 있을 것이다.
현대의 해석을 가하지 않고, 그 시대상에 맞춰 훌륭히 재연한다면 영화가 가장 어울린다고 본다. 책은 요즘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다(웃음).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동양에 깔린 기본 정서가 있다. 악에 맞서는 용기, 훌륭한 이에 대한 존경 등 라마의 장점을 강조한다면 모든 이들이 즐길만한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스리니바사라오=고향이 인도 남부 께랄라주인데 라마야나의 짤막한 부분을 다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라마가 14년 동안 숲에 살던 시절만 다룬 영화다. 인도인들은 전부 라마야나를 알기 때문에 부분적인 이야기에도 공감했겠지만, 그 영화를 외국인이 본다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차라리 총체적인 이야기를 압축해서 한 편으로 선보이는 게 낫겠다. 겉모습만 보게 될지라도, 관심을 가진 그 누군가는 이 방대한 이야기에 다시 접근하게 될 것이다.
▲라즈 쿠마르 다스=당연히 라마의 이야기가 전 세계에 퍼지는 것을 원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가르침과 교훈을 얻어야 한다. 특히 평화를 위한다면서도 우리 인간은 무력에 치중하고 있지 않는가. 훌륭한 이야기는 훌륭한 사람을 만들게 될 것이다. 인도인들은 라마의 신성에 압도된 나머지 받들기만 했지, 그 신성을 다양하게 퍼뜨릴 생각은 다들 못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라마야나를 어떻게 요리하고 싶은가? 인도의 이 고유한 이야기를 발달된 영상산업을 통해서 화려하게 만들어달라. 다만 원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라마야나는 인도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사브즈꼴리 센=숫자를 셀 때 ‘하나, 둘, 셋…’으로 나가지 않는다. 람, 둘, 셋이다. 람은 모든 것의 첫 번째다. 인도인들은 매주 금요일 라마야나를 읽고, ‘람짜리마나스’(힌디 라마야나)는 성경처럼 매일 저녁 읽는다. 가장 큰 축제인 ‘두르가 뿌자’(Durga Puja)가 열리는 9일 동안은 온통 사람들이 라마 얘기만 한다. 라마야나는 인도인들의 삶 그 자체다.
▲스리니바사라오=표준어격이 되는 힌디를 포함, 인도에는 24개의 지역 언어가 있다. 내가 일하는 국립문예진흥원에서는 이 24개 언어에 맞춰 라마야나를 번역했다. 이 이야기는 인도인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고, 누구나 배워야 하는 이야기다. 12억 인도인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내용이라면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말 아닌가.
샨띠니께딴의 사브즈꼴리 센 인디라 간디센터 소장과 아요디아에 있는 스리람 발라브헤쿠르지 아쉬람의 라즈 쿠마르 다스 사제, 뉴델리 인도국립문예진흥원의 스리니바사라오 책임비서는 라마야나의 가치를 설명하며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격한 감정에 빠지다가도 냉철하게 현재의 시점으로 라마야나를 이야기했다.
- 인도인들이 라마야나에 열광하는 이유는
깊숙히 살펴보면 라마야나에는 단어 하나하나마다 인생 철학이 들어있다. 라마도 중요하지만 동생인 바라따의 형을 위한 ‘헌신’은 내 인생을 휘감고 있는 화두다. 왕위 욕심을 버리고 철저히 위대한 형을 위해 사는 바라따의 모습은 아름답다. 사제로서 나 또한 라마에게 헌신하기 위해 고행과 수행을 하고 있다. 라마야나는 결국 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인생 지침서’라고 볼 수 있다.
난 라마야나를 읽을 때마다 라마와 시따의 사랑에 매료된다. 시따가 납치됐을 때 람이 얼마나 슬퍼하고 시따를 생각하는지, 우기가 되면 ‘아! 비가 내리고, 땅이 젖었네’, ‘아! 시따가 있으면 함께 꽃을 보며 길을 걸을텐데….’. 이런 글을 볼 때마다 한 사람에 대한 절절한 사랑의 마음이 느껴졌다. 라마와 시따 사이는 끊을 수 없는 사랑의 고리가 존재한다. 장대한 러브스토리다.
-라마야나는 그 ‘인기’에 비해 미디어를 통해 널리 소개되지 않은 것 같다.
▲사브즈꼴리 센=인도인들은 경건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쉽게 다른 매체로 다루는 것을 원치 않았다. 라마의 그 신성함이 잘못 표현되면 대중들이 대단한 분노를 느낄 것이다. 영화산업이 활발한 인도에서도 그런 이유로 TV 드라마 외에는 소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나 라마의 활약을 화려한 영상으로 보길 원하고 있을 것이다.
현대의 해석을 가하지 않고, 그 시대상에 맞춰 훌륭히 재연한다면 영화가 가장 어울린다고 본다. 책은 요즘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다(웃음).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동양에 깔린 기본 정서가 있다. 악에 맞서는 용기, 훌륭한 이에 대한 존경 등 라마의 장점을 강조한다면 모든 이들이 즐길만한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스리니바사라오=고향이 인도 남부 께랄라주인데 라마야나의 짤막한 부분을 다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라마가 14년 동안 숲에 살던 시절만 다룬 영화다. 인도인들은 전부 라마야나를 알기 때문에 부분적인 이야기에도 공감했겠지만, 그 영화를 외국인이 본다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차라리 총체적인 이야기를 압축해서 한 편으로 선보이는 게 낫겠다. 겉모습만 보게 될지라도, 관심을 가진 그 누군가는 이 방대한 이야기에 다시 접근하게 될 것이다.
▲라즈 쿠마르 다스=당연히 라마의 이야기가 전 세계에 퍼지는 것을 원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가르침과 교훈을 얻어야 한다. 특히 평화를 위한다면서도 우리 인간은 무력에 치중하고 있지 않는가. 훌륭한 이야기는 훌륭한 사람을 만들게 될 것이다. 인도인들은 라마의 신성에 압도된 나머지 받들기만 했지, 그 신성을 다양하게 퍼뜨릴 생각은 다들 못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라마야나를 어떻게 요리하고 싶은가? 인도의 이 고유한 이야기를 발달된 영상산업을 통해서 화려하게 만들어달라. 다만 원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라마야나는 인도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사브즈꼴리 센=숫자를 셀 때 ‘하나, 둘, 셋…’으로 나가지 않는다. 람, 둘, 셋이다. 람은 모든 것의 첫 번째다. 인도인들은 매주 금요일 라마야나를 읽고, ‘람짜리마나스’(힌디 라마야나)는 성경처럼 매일 저녁 읽는다. 가장 큰 축제인 ‘두르가 뿌자’(Durga Puja)가 열리는 9일 동안은 온통 사람들이 라마 얘기만 한다. 라마야나는 인도인들의 삶 그 자체다.
▲스리니바사라오=표준어격이 되는 힌디를 포함, 인도에는 24개의 지역 언어가 있다. 내가 일하는 국립문예진흥원에서는 이 24개 언어에 맞춰 라마야나를 번역했다. 이 이야기는 인도인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고, 누구나 배워야 하는 이야기다. 12억 인도인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내용이라면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말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