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주술·도깨비 … 발길따라 이야기가 졸졸∼
2012년 06월 18일(월) 00:00 가가
<7> 민담
도깨비 쫓아낸 할아버지·신분 상승한 농부
권선징악 주제로 민족 정서·삶의 지혜 가득
도깨비 쫓아낸 할아버지·신분 상승한 농부
권선징악 주제로 민족 정서·삶의 지혜 가득
우즈베키스탄 무슬림들이 티무르 제국을 이끌었던 아미르 티무르(1336∼1405)가 묻혀있는 ‘구르 아미르’를 둘러보고 있다. 이 건물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주에 있다. 티무르의 흑갈색 연옥 관을 중심으로 주위에 스승과 아들, 두 손자들의 돌관이 배치돼 있으나, 진짜 관들은 이 건물 4m 지하에 있다. /우즈베키스탄=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등 주요 도시를 벗어나면 우리나라의 60∼70년대 풍경을 연상케 하는 시골 마을들이 펼쳐진다. 흙벽돌을 쌓고 흙으로 외부 마감을 한 집에서 사는 사람들의 심성은 땅의 마음을 닮은 것처럼 넉넉하다.
전설속의 영웅 알파미시(Alpamysh)의 자취를 더듬기 위해 보이순 마을의 한 농가를 찾았을 때다. 오전 8시에 불청객의 방문을 받은 촌로는 “초이(차)라도 마시고 가라”며 한사코 취재진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는 “손님은 신이 보낸 사자(使者)와 다름없기 때문에 소홀히 보낼 수가 없다”고 했다.
고도(古都) 사마르칸트로 가는 길에서 만난 목동은 생수 한 모금에 마음을 열었다. 카메라의 용도를 알아챈 그는 양떼몰이를 보여주겠다며 초지를 오르내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말은 너무 멀리 두고 와서 말타는 모습은 보여줄 수 없다”며 웃었다.
우즈베키스탄 민담에서 그들의 마음결과 정서, 지혜를 읽을 수 있다. 굳이 미국의 비교신화학자 조셉캠벨의 “신화는 인간의 육체와 정신의 활동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살아 있는 영감을 불어넣었다”는 진술에서 ‘신화’를 ‘민담’으로 대치하지 않아도 말이다.
우즈베키스탄 민담에서도 권선징악을 축으로 마법과 주술이 펼쳐지고, 인간과 신, 동물(괴수), 도깨비와 사람이 등장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할아버지와 도깨비’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도깨비가 인간을 골탕먹이는 익살스런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과 달리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사람을 잡아먹는 공포스런 존재다.
옛날 한 노인이 땔감을 구하러 산에 갔다가 도깨비를 만날 것 같은 예감에 구덩이를 판 뒤 달걀과 나뭇가지, 밧줄을 그 안에 묻는다.
회오리 바람을 타고 등장한 도깨비가 잡아먹으려 하자 노인이 기지를 발휘한다. 그는 “땅의 뇌(달걀),땅의 갈비뼈(나뭇가지), 땅의 내장(밧줄)을 찾아내면 잡아먹어도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너를 잡아먹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노인의 꼼수를 모르는 도깨비는 무작정 땅을 헤집다가 포기한다. 노인은 자신이 묻어놓은 세 가지 물건을 꺼내보여 도깨비를 가볍게 제압한다. 내기에 진 도깨비는 노인에게 목숨을 구걸한 뒤 그를 태우고 집으로 간다.
노인은 도깨비를 쫓아버리기 위해 집근처에 다다르자 아내에게 큰소리로 “도깨비 머리수프를 만들라”고 주문한다. 도깨비는 혼비백산해 달아난다.
강압통치에 시달렸던 서민들의 새 세상에 대한 갈망을 담은 ‘백성을 괴롭히다 벌받은 왕’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말하지 못하는 앵무새를 키우던 왕은 백성들을 매일 벌주고 괴롭혔다. “앵무새가 말을 하도록 만들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위협할 정도로 포악했다.
이웃나라에 살던 청년 호탐이 앵무새에게 말을 가르치겠노라고 나선다. 그는 왕에게 건네받은 앵무새가 귀머거리라는 것을 알아냈다. 호탐은 그 앵무새를 팔고 똑같이 생긴 새를 사서 말을 가르쳐 왕에게 인도한다.
그러나 왕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말문을 연 앵무새가 왕을 비난하는 말만 되풀이한 탓이다. 왕은 달아나는 앵무새를 잡으려다 창문에서 떨어져 숨진다. 백성들은 호탐을 새로운 왕으로 추대한다.
신분 상승을 노리는 농부의 이야기에는 드라마틱한 변신술이 등장한다.
한 농부의 아들이 임금에게 대담하게도 “딸을 주십사”라고 간청한다. 임금은 그의 목을 치는 대신, “어느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빼어난 기술을 보여주면 딸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농부는 아들을 마술사의 제자로 보낸다. 마술사는 농부의 아들을 괘씸하게 여겨 죽이려 하지만, 딸은 그를 사모한다. 연인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젊은 농부는 천변만화할 수 있는 변신술을 터득, 왕을 만나기 위해 길을 재촉한다.
증오에 눈이 먼 마술사는 그를 끝까지 괴롭힌다. 농부의 아들이 비둘기로 변신하면 독수리가 돼 공격하고, 개구리로 모습을 바꾸면 홍학으로 둔갑해 쪼아 대는 식이었다.
젊은 농부는 천신만고 끝에 궁전에 도착해 아름다운 꽃으로 변신, 급기야 임금의 손에 건네진다. 마술사는 황홀한 연주로 왕을 감동시킨 뒤 소원이라며 “꽃을 상으로 달라”고 말한다. 자꾸 거절해도 마술사의 간청이 이어지자 임금은 짜증을 내며 꽃을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그 꽃이 갑자기 씨앗으로 변해 흩어지자, 마술사는 병아리로 변해 씨앗을 모조리 쪼아 먹는다.
마술사가 의기양양해 할 즈음 반전이 일어난다. 다행히도 왕의 신발에 붙어있던 씨앗 한톨이 젊은 농부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그 씨앗은 젊은 농부로 제모습을 찾은 뒤 왕에게 큰절을 한다. 왕은 기꺼이 그와 공주를 결혼시킨다.
/우즈베키스탄=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전설속의 영웅 알파미시(Alpamysh)의 자취를 더듬기 위해 보이순 마을의 한 농가를 찾았을 때다. 오전 8시에 불청객의 방문을 받은 촌로는 “초이(차)라도 마시고 가라”며 한사코 취재진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는 “손님은 신이 보낸 사자(使者)와 다름없기 때문에 소홀히 보낼 수가 없다”고 했다.
우즈베키스탄 민담에서 그들의 마음결과 정서, 지혜를 읽을 수 있다. 굳이 미국의 비교신화학자 조셉캠벨의 “신화는 인간의 육체와 정신의 활동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살아 있는 영감을 불어넣었다”는 진술에서 ‘신화’를 ‘민담’으로 대치하지 않아도 말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할아버지와 도깨비’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도깨비가 인간을 골탕먹이는 익살스런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과 달리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사람을 잡아먹는 공포스런 존재다.
회오리 바람을 타고 등장한 도깨비가 잡아먹으려 하자 노인이 기지를 발휘한다. 그는 “땅의 뇌(달걀),땅의 갈비뼈(나뭇가지), 땅의 내장(밧줄)을 찾아내면 잡아먹어도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너를 잡아먹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노인의 꼼수를 모르는 도깨비는 무작정 땅을 헤집다가 포기한다. 노인은 자신이 묻어놓은 세 가지 물건을 꺼내보여 도깨비를 가볍게 제압한다. 내기에 진 도깨비는 노인에게 목숨을 구걸한 뒤 그를 태우고 집으로 간다.
노인은 도깨비를 쫓아버리기 위해 집근처에 다다르자 아내에게 큰소리로 “도깨비 머리수프를 만들라”고 주문한다. 도깨비는 혼비백산해 달아난다.
강압통치에 시달렸던 서민들의 새 세상에 대한 갈망을 담은 ‘백성을 괴롭히다 벌받은 왕’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말하지 못하는 앵무새를 키우던 왕은 백성들을 매일 벌주고 괴롭혔다. “앵무새가 말을 하도록 만들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위협할 정도로 포악했다.
이웃나라에 살던 청년 호탐이 앵무새에게 말을 가르치겠노라고 나선다. 그는 왕에게 건네받은 앵무새가 귀머거리라는 것을 알아냈다. 호탐은 그 앵무새를 팔고 똑같이 생긴 새를 사서 말을 가르쳐 왕에게 인도한다.
그러나 왕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말문을 연 앵무새가 왕을 비난하는 말만 되풀이한 탓이다. 왕은 달아나는 앵무새를 잡으려다 창문에서 떨어져 숨진다. 백성들은 호탐을 새로운 왕으로 추대한다.
신분 상승을 노리는 농부의 이야기에는 드라마틱한 변신술이 등장한다.
한 농부의 아들이 임금에게 대담하게도 “딸을 주십사”라고 간청한다. 임금은 그의 목을 치는 대신, “어느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빼어난 기술을 보여주면 딸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농부는 아들을 마술사의 제자로 보낸다. 마술사는 농부의 아들을 괘씸하게 여겨 죽이려 하지만, 딸은 그를 사모한다. 연인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젊은 농부는 천변만화할 수 있는 변신술을 터득, 왕을 만나기 위해 길을 재촉한다.
증오에 눈이 먼 마술사는 그를 끝까지 괴롭힌다. 농부의 아들이 비둘기로 변신하면 독수리가 돼 공격하고, 개구리로 모습을 바꾸면 홍학으로 둔갑해 쪼아 대는 식이었다.
젊은 농부는 천신만고 끝에 궁전에 도착해 아름다운 꽃으로 변신, 급기야 임금의 손에 건네진다. 마술사는 황홀한 연주로 왕을 감동시킨 뒤 소원이라며 “꽃을 상으로 달라”고 말한다. 자꾸 거절해도 마술사의 간청이 이어지자 임금은 짜증을 내며 꽃을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그 꽃이 갑자기 씨앗으로 변해 흩어지자, 마술사는 병아리로 변해 씨앗을 모조리 쪼아 먹는다.
마술사가 의기양양해 할 즈음 반전이 일어난다. 다행히도 왕의 신발에 붙어있던 씨앗 한톨이 젊은 농부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그 씨앗은 젊은 농부로 제모습을 찾은 뒤 왕에게 큰절을 한다. 왕은 기꺼이 그와 공주를 결혼시킨다.
/우즈베키스탄=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