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하면 세상을 다 가진 듯 동네 이곳저곳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던 시절은 이제 정말 옛말이 되었나 보다. 그 많던 동네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방학숙제도 식물채집이나 탐구생활은 옛것이 되었고, 문제집 풀기 혹은 무슨 무슨 캠프체험기 일색이며, 학교가 문을 닫는 대신 각종 학원가 주변으로 아이들이 가득하다.

세태가 이렇다 보니 6월에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문을 열고 여름방학이 되어 많은 아이가 책방으로 모여들길 기대했던 내 바램은 보기 일그러졌다.

도리어 학기 때보다도 더 아이들이 오지 않아 다시 한번 지금 현실의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어두워졌다. 그래도 하루가 멀다고 책방 문을 열기 전부터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단골 어린이 손님들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책방의 나무그늘 아래서 엄마와 아이가 도란도란 책을 읽는 모습이라던지 친구들끼리 몰려와 책장 구석에 모여 누구의 책이 더 재밌는지 내기하듯 독서에 열중하는 아이들, 조금은 소란스럽더라도 책장 사이사이를 까르르 웃으며 휘젓고 다니는 귀여운 꼬마들과 마주하고 있다 보면 서로들 목소리를 높이고 경쟁하듯 사는 바깥 세상과는 조금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여름 더위가 절정에 다다르고 개학날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방학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였든 다가오는 개학을 대하는 아이들의 심정만큼은 여전히 아쉽고, 안타깝다.

어른들의 생각대로만 이끌려고 해서 그렇지 어느 시대의 아이들이건 마음껏 뛰어놀고 싶고, 만화책이든 위인전이든 읽고 싶은 책도 실컷 볼 수 있는 여름방학이길 원치 않겠는가.

세상의 희망은 아이들에게 있고, 아이들의 희망은 책 속에서 피어난다. 아쉬운 여름방학이 다 가기 전에 책 속에서 꿈을 키우고 희망을 나눌 수 있는 헌책방으로의 멋진 시간여행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

▲아름다운가게 헌책방=‘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헌책방이자 문화공간으로 지난 6월17일 광주 용봉동에 문을 열었다.

시민들의 기부로 만들어진 헌책방에는 2만여권의 책을 비치하고 있으며 책과 함께 네팔, 칠레, 우간다 등 제3세계 국가에서 유기농으로 생산된 커피와 폐 가죽, 의류 등을 활용해 만든 아이디어 디자인상품도 판매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30분∼오후 7시 문을 연다. 문의 062-514-8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