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해외 선진 도시공원을 가다 : 뉴욕 & 샌프란시스코
2024년 05월 20일(월) 19:35
미술관 옆 도심공원서 영화와 뮤지컬을 즐기다
뉴욕서 가장 비싼 땅에 자리한 센트럴파크
매년 전 세계서 5000만명 이상 찾아
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 ‘필름 페스티벌’ 유명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링컨 파크
세기의 컬렉션 갖춘 미술관 함께 조성
‘예술을 품은 공원’ 명성 방문객 줄이어

글로벌 도시 뉴욕의 녹색지대로 각광받고 있는 센트럴파크는 뉴욕 맨하튼의 5번가와 8번가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공원의 풍경은 그 자체가 한폭의 예술작품을 방불케 한다.

매년 여름이면 10년 전 뉴욕 한복판에서 접한 영화의 감동이 떠오른다.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스팅’(The Sting·1973년 작)이다. 1936년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치밀한 계획으로 갱단 두목을 속이는 사기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주연배우의 명연기와 경쾌한 피아노 OST, 그리고 허를 찌르는 마지막 반전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누구나 아는 클래식 영화를 새삼 운운하는 건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어서다.

‘스팅’을 만난 곳은 뉴욕의 영화관이 아닌 공원이었다. 맨해튼 42번가에 자리한 브라이언트 파크(Briant Park) 필름 페스티벌에서다. 맨해튼의 미드타운에 위치한 입지조건을 살려 매년 6∼8월(매주 월요일 밤 8∼10시) 추억의 영화들을 상영하는 도심축제다. 이날 뉴요커들은 간단한 먹을거리와 담요를 챙겨 행사 시작 2∼3시간 전부터 삼삼오오 공원 잔디 위에 모여 앉는다. 영화가 시작되면 시원한 밤 공기를 마시며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올드무비를 즐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기간 매주 목요일엔 ‘브로드웨이 인 브라이언트 파크 페스티벌’이 관객들을 불러 모은다. 한 해 브로드웨이에서 각광받은 뮤지컬 넘버들을 한자리에서 들려주는 이 갈라콘서트는 공짜로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9월에 접어들면 브라이언트 섬머 페스티벌의 바통은 브루클린 필 하모니와 관현악단 ‘바지뮤직(Barge music)’ 이 건네 받는다.

뭐니뭐니해도 뉴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원은 단연 센트럴파크다. ‘뉴욕=센트럴파크’라고 할 만큼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뉴요커들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공원이다. 고층빌딩으로 가득찬 맨하튼에 산소를 불어 넣는 심장인데다 번접한 일상에 지친 이들의 휴식공간이기 때문이다.

맨하튼의 중심가에 위치한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뉴요커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공원에서 클래식 영화를 보다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시인 윌리엄 브라이언트는 뉴욕이 급격한 도시화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자 ‘공원’의 필요성을 이렇게 주장했다. 이에 감명받은 도시 디자이너이자 조경가인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는 그의 제안에 영감을 얻어 맨하튼의 5번가와 8번가 사이에 동서로 800m, 남북으로 약 4㎞에 이르는 거대한 ‘녹색심장’을 설계했다. 1857년 추진된 센트럴파크 프로젝트는 부분 개장을 거쳐 19년이 지난 1876년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뉴욕에서 가장 비싼 땅에 공원을 짓는 계획을 놓고 건설업자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뉴요커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밀어부쳤다고 한다.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는 센트럴파크의 제1조건으로 접근성을 고려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시민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공원에 들러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고, 최소한의 장치만 설계해 여백의 미를 살렸다. 도시공원의 존재 가치를 공공복지에 둔 것이다. 그 덕에 뉴욕은 물론 전 세계에서 매년 5000만 명이 방문해 잔디밭이나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며 힐링의 시간을 갖게 됐다.

특히 인근에는 일명 뮤지엄 마일(Museum Mile)로 불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의 미술관 거리와 명품매장이 자리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골든게이트 공원에 자리하고 있는 드영미술관의 조각공원.
◇한해 방문객 2400만 골든게이트파크

뉴욕에 브라이언트 파크가 있다면 샌프란시스코에는 골든게이트 파크(Goldengate Park, 이하 골든게이트)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 골든게이트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뉴욕을 가본 적이 없더라도 센트럴파크는 익히 잘 알고 있지만 골든게이트는 생소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든게이트의 면면을 살펴 보면 결코 센트럴파크가 부럽지 않다.

그도 그럴것이 공원 면적이 총 1017 에이커(412ha)로 센트럴파크의 843에이커(341ha)보다 넓다. 한해 방문객도 2400만 명에 달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제2 공원인 링컨 파크(Lincoln Park)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비록 규모는 100에이커(40ha)로 크지 않지만 연간 방문객이 200만 명에 이르는 ‘작지만 강한 공원’이다.

이들 공원이 인기가 많은 건 무엇보다 접근성이다. 도심에서 자동차로 20~30분 거리에 위치한 데다 골든게이트는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이 조깅이나 산책 장소로 이용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는 ‘예술을 품고 있는 공원’이기 때문이다. 골든게이트에는 ‘드 영 미술관’(de Young Museum, 드 영)이, 링컨공원에는 ‘리즌 오브 아너’(Legion of Honor)가 각각 자리해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골든게이트공원은 화려한 건축물과 컬렉션을 자랑하는 드 영 미술관을 품고 있다.
◇‘작지만 강한 공원’ 링컨 공원

골든게이트와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링컨공원(Lincoln Park)에도 보석 같은 미술관이 있다. 드 영과 밀접한 관계인 ‘리즌 오브 아너’이다. 드 영이 큰집이라면 리즌 오브 아너는 ‘작은 집’인 패밀리 미술관이다. 샌프란시스코가 ‘샌프란시스코 미술재단’을 설립하면서 미술관을 통합시켜 한 장의 티켓으로 두 곳을 관람할 수 있는 마케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이 곳은 포터필드(Potter’s Field) 등에서 전사한 무명용사를 포함한 2만9000기의 유해가 안장된 시립공원묘지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유지이자 자선사업가였던 알마 스프렉켈스(Alma de Bretteville Spreckels)는 적막한 공원을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가꾸기 위해 사업가인 남편을 설득해 미술관을 짓기로 하고, 프랑스로부터 기금을 받아 1924년에 완공했다.

건물 외관은 1915년 샌프란시스코 박람회의 프랑스 파빌리온(전시관)을 모방한 신고전양식으로 지어져 프랑스 분위기가 강하다. 미술관 입구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루브르의 유리피라미드가 자리해 마치 프랑스의 미술관을 보는 듯하다.

그리스 미술 등 6000여 년의 문화인류사를 살펴볼 수 있는 컬렉션 가운데 드 영으로부터 이관받은 유럽회화 컬렉션과 고대미술, 장식미술 등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세기의 컬렉션은 매년 전 세계에서 150만 여 명을 불러 들이는 문화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공원 옆 미술관’이 샌프란시스코의 브랜드가 된 힘이다.

/글·사진=박진현 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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