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국가인권위 조직 축소와 지역사무소 폐쇄 방침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인권단체를 비롯한 범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모든 국민의 인권 지기로서 국가기구지만 국가에 의해 저질러지는 인권침해 사안까지를 포괄하는 독립적 지위의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명분 없이 일방적 논리만을 내세우는 행안부의 이러한 방침에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더욱이 이는 오랜 세월 장애로 인한 차별과 인권침해 등으로 고통받아 온 장애인들의 숙원이었고, 7년여라는 긴 시간 속에서 고단한 투쟁과 노력을 통해 일군‘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으로 마땅히 적용하여야 할 구체적 법 수단이 없었던 그간의 피해사례와 구제청원이 쇄도하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라서 장애인단체의 입장은 특히 단호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밝힌 내용에 의하면 실제로 지난 2008년 4월 ‘장차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의 진정횟수는 모두 696건으로 2007년의 두 배를 이미 넘어서고 있고 인권위원회가 출범하던 지난 2001년의 13건에 비하면 가히 기하급수적 증가라 아니할 수 없는 일인데 문제는 아직 ‘장차법’에 대한 홍보나 법적 구제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향후의 폭발적 증가 추이를 능히 짐작하게 한다. 최근의 한 실태조사에서도 인권위 조사관들의 격무에 가까운 업무처리에도 현재까지 조사에 착수조차 하지 못한 진정건수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그에 따른 ‘진정인들의 불만 역시 매우 크다’는 사실은 전술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와 관련한 대부분의 사례가 상호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발생지역 또한 대도시보다는 인권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정신병원과 노인·장애인·아동 및 부랑인시설 등은 관리나 접근 상의 어려움 등 전반적 현실을 고려한 적극적 대책 마련이 오히려 절실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현재의 인권위원회 인력만으로도 부족한 상황에서, 명분과 근거가 취약한 일방적 1/3 조직축소(208명-〉148명)와 지역사무소 폐쇄 논리를 밀어붙이는 행안부의 상황인식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당혹스럽고, 국민적 통합을 정책기조로 삼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인권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행정안전부는 이제라도 국가적 위상과 국제기준에 충분한 국가인권위의 역할과 성격에 대하여 재인식하고 인권위의 조직축소와 지역사무소 폐지 방침의 철회는 물론 현실상황을 반영한 전문인력의 증원을 통해 문제해결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은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정부,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는 정부를 원한다는 사실도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병문 (사)광주장애인총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