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쌀 직불금 문제가 연말 분위기에 묻히면서 어느새 먼 이야기처럼 잊혀져 가고 있다.
실제로 쌀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만 지급하도록 한 쌀 직불금이 양도소득세 감면을 위한 자경 확인의 수단으로 악용돼 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공무원은 물론 공기업 임직원, 심지어는 현역 국회의원까지 불법 수령했다는 의혹을 낳으면서 파문이 여러 달째 계속되어왔다.
그러나 출범부터 여야 간 신경전 속에서 난항을 거듭하던 국회의 국정조사특위가 몇몇 현역 국회의원과 관료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로 싸움판만 벌이다가 개점휴업상태에서 지난 23일 막을 내렸다고 한다.
어차피 정부여당에 대한 큰 기대는 애초에 놔두더라도 농어업을 주된 기반으로 하는 이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이 대부분인 야당의 선전(?)을 기대했던 지역민들은 ‘혹시 짜고 치는 뭐는 아니었나’ 하는 느낌에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지난해 12월 9일, 10대 농정공약을 발표하면서 ‘농가부채동결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농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농어민소득보전특별법’을 제정하고 소득직불제 예산을 35%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용정부’가 출범해 1년이 다 되어가지만 공약처럼 농가부채를 경감시키거나 농업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특별법제정하고 직불제 예산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기업 프랜들리’를 자처하는 정부답게 도시자본의 농지침탈을 쉽게 하는 농지에 대한 규제만 완화하려 할 뿐이다.
이런 속에서 소득직불제 예산 35% 확보는 고사하고 백주대낮에 쥐꼬리만 한 농민의 몫까지 훔쳐다 제 곳간에 보탠 가짜농민들의 파렴치한 세금 도둑질이 발각되었고 그러자 너나 할 것 없이 마치 세상이 뒤집힐 것처럼 요란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정작 특위는 조사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었고 이에 대한 책임은 마땅히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여당이 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야당이 비단 이 문제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의 다른 농정공약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챙기며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고 정치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평소에 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은 괜찮은 것인가?
언론, 시민사회단체, 심지어 농협이나 농민단체들은 제대로 역할해온 것인가? 오히려 요즘은 한바탕 닦달(?)을 당한 지주들이 스스로 농사를 짓겠다고 나서는 통에 그나마 부치던 소작까지 떼일 농민들이 많아 그야말로 여기저기서 때아닌 곡소리(?)가 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다가 농사의 ‘농’자도 잘 모르는 땅주인들이 너도나도 농사를 짓는다고 시늉만 내거나 농토를 거의 묵힌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식량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여기에 대한 대책이나 대안 제시는 어디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김성인 참여자치21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