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범죄는 무엇일까? 필자는 ‘아동 성폭력 범죄’라고 생각한다. 이는 순수한 영혼을 무참히 짓밟는 영혼 살인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당한 성폭력 경험은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 속에 무거운 짐으로 남게 된다. 성인의 성폭력 피해와 다른 점이다.
하루에도 수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 노인 등 성폭력 피해자들이 본 센터를 찾고 있다. 이들 중에는 어릴 적 당한 성폭력 피해 사례를 뒤늦게 고백하며 “지금이라도 고소할 수 있느냐”고 묻는 상담자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릴 적 당한 성폭력으로 인해 남모를 고통 속에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또 이들의 경우 아동 성폭력 피해 경험을 가족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하고 무거운 짐을 홀로 뒤집어 쓴 채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아동 성폭력 피해자일수록 가해자에 대한 혐오감과 증오감은 더 함은 물론 잔인한 복수극을 상상하기도 한다.
최근 센터를 찾은 30대 초반의 한 주부는 초등학교 시절 담임교사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이후엔 성폭행까지 당했다. 하지만 이 주부는 부모에게 야단 맞을 것이 두려워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고통 속에 살던 이 주부는 결혼 후 여자 아이를 낳게 됐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걱정이 앞섰다.
자신처럼 똑 같은 피해를 입지 않을 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이 주부는 “당시 담임교사를 고소할 수 있느냐”고 상담을 의뢰해왔다. 이 주부는 센터에서 “그동안 내가 받은 고통을 담임교사에게 되돌려 주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떨궜다.
이처럼 아동 성폭력 범죄는 어린 아이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범죄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해자는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에 대한 아무런 죄의식 없이 피해자 또는 우리 주변을 활보하고 있다.
이 같은 무관심은 이들로 하여금 또 다른 아동 성폭력 범죄를 낳게 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동 성폭력 범죄가 자행되고 있을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아동 성폭력 범죄는 하루 평균 3건 가량 발생한다. 공식적인 통계 수치가 이 정도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발생 건수는 이 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어린 아이들은 성폭력 범죄에 항상 노출돼 있다. 우리 모두가 내 자녀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특히 아동 성폭력 범죄 예방을 위해 가해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는 당연시 돼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인권침해’라는 말을 무기 삼아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인권의 선진국인 미국에서조차 아동 성폭력범에 대해서는 인권을 박탈하고 있다. 이는 아동 성폭력 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인권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아동 성폭력의 경우 피해 경험이 피해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송기운〈한국아동성폭력피해가족 지원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