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호호호… 너 두 장, 나 두 장!”
몇 달 전 어느 동네 골목길을 지나다가 5살 먹은 어린이들이 또래들과 어울려 딱지치기를 하며 내는 소리를 들었다. 조심스럽게 옆으로 가서 아이들을 지켜보는데 어릴 적 하던 딱지치기와는 사뭇 다른 딱지 종이다. 그건 다름 아닌 ‘불법 명함형 광고물’ 종이로 만든 딱지가 아닌가.
엄마의 찌찌 정도가 그들이 본 성에 대한 전부일 것이다. 성에 대한 정체성도 아직 성립되지 않았을 이런 어린 아이들의 놀잇감이 진정 불법 광고물밖에 없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염려한다. 오히려 이런 것들을 단속하고 업주들을 잡아내려고 하는 노력이 한곳에 밀집되어 활동하는 업주들을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로 흩어지게 하여 마치 미꾸라지 한 마리가 깨끗한 물을 흐려놓듯 청소년들의 일상과 문화까지 침범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 활동가들은 말한다. 미꾸라지만 잡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간판불이 화려하게 들어온 번화가 일대에는 밤 10시가 되면 도로변과 차량에 광고물들이 판을 친다. 대리운전, 업소 광고물, 대출, 전화방 등의 광고물들이 수도 없이 뿌려진다. 그 넓은 첨단지구의 모텔가들이 단 10분이면 종이 조각들로 쓰레기장이 될 정도다. 번화가 일대에 있는 학원가에서는 밤 10시가 되면 삼삼오오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청소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개구쟁이 아이들은 히히덕거리며 불법 음란 명함을 집어 옆 친구에게도 꼭 쥐여준다. 이러한 모습들이 요즘 아이들이다.
정말 심각하다. 밤마다 나가서 광고물을 줍기도 해보고, 주운 광고물을 들고 구청으로 가서 신고도 해본다. 하지만 대포폰 사용으로 정확한 업주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 답이다. 또한 업주는 벌금을 맞아도 그래도 장사를 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하니, 이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소극적인 수사 앞에, 일시적인 언론보도 앞에, 청소년 활동가들은 작은 소리로 외친다.
광고물에 음란 사진은 빼달라고, 아파트와 주택가는 뿌려서는 안된다고. 청소년이 학교나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정도에는 피해달라고. 이것이 진정 해결방법인가. 왜 어른들은 심각하게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인가. 가끔 PC방, 친구집, 내방의 컴퓨터를 이용해 소위 야동을 보는 것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할까.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매일같이 뿌려져 있는 음란 광고물을 보는 것이 더 호기심을 자극할까.
난 말할 수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단 1초, 잠깐 스친 작은 명함 사진 한 장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의 휴대폰으로 명함에 적힌 번호를 누르게 만든다고.
여성과 남성이 구분되어 있기 시작 한 때부터 남성을 만족시키기 위한 이러한 직업이 생겨났다 하더라도 청소년은 아니다. 그들이 살아가는 작은 마을에 강도처럼 나타나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들의 마음을 빼앗아 가는 것이 음란 광고물이 아닌 미래를 살아가는 실현 가능한 꿈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진영〈광주시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장·광주YMCA 청소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