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신해혁명을 통해 청나라 왕조를 멸망시키고 중국 최초의 공화국을 건국한 이가 손문이다. 중국의 국부로 추앙받고 있는 손문은 혁명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자 만주를 일본에 넘겨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 계획은 중국에서 발생한 5ㆍ4운동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실현됐다면 손문에 대한 중국인들의 평가는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손문이 중앙 정부를 위해 만주를 포기했다면 석유자원을 비롯한 자원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전략적인 요충지로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지역을 포기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49번째 주인 알래스카는 원래 러시아 소유의 영토였다. 하지만 크림전쟁 후 재정이 궁핍해진 러시아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720만 달러를 받고 알래스카를 팔아버렸다. 덕분에 러시아는 확인된 석유 매장량만 45억 배럴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자원의 보고를 제값도 받지 못한 채 권리를 잃게 되었다.
최근 정부는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지방을 포기하는 행태를 거리낌없이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고 지역을 5+2 광역경제권으로 묶어 수도권과 동등하게 경쟁하도록 하여 지방을 옥죄고 있다. 산업화를 위해 서울과 부산을 두 축으로 하는 불균형 성장을 채택한 정부가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으니 경쟁을 하라는 것이다.
또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지방 재정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재정력이 열악한 수도권 이외의 지자체는 복지와 교육 등 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혜택이 지방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이러한 행태가 결코 지방을 포기하는 정책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자생력이 열악한 수도권 외의 지자체에는 결국 가난과 소외라는 천형을 짊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오랜 기간 동안 정권으로부터 차별을 감수해야 했던 광주·전남은 또다시 나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중앙정부는 통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많은 지방을 포기했지만 위대한 군주였던 세종은 오히려 지방을 포기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던 영토 대국들이 중앙 정부의 사정에 급급해 지방을 포기하여 많은 것을 잃어버렸거나 잃을 뻔했던 사례와 다르게 세종은 많은 반대에도 4군과 6진을 개척하였다.
그리고 사민정책을 통해 경상, 전라, 충청의 삼남지역 주민들을 이주시켜 우리의 영토로 굳건히 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였다. 이후 조선의 영토는 압록강에서 두만강에 이르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항상 선진화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선진화해야 할 지방정책에 대해서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적어도 이 정부가 지방을 위한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종합부동산세만이라도 가만히 두는 것이 나을 것이다. 지방의 발전 없인 국가의 발전도 없다.
/김기홍〈광주 경실련 정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