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승용차를 타고 우연히 광주시내의 한 웨딩숍을 지나갔다. 함께 타고 있던 아홉 살짜리 아들이 “웨딩드레스다. 공주옷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필자가 “너도 저런 옷 입은 사람과 결혼 할거야?”라고 묻자, 아들은 “결혼을 하려면 어른이 돼야지. 그리고 사랑을 해야 결혼하지”라고 답했다.
필자는 ‘사랑이 없는 결혼은 무의미하다’는 아들의 말에 꽤 나 감명을 받았다. 때론 결혼이 성(性) 폭력의 제도적 안전장치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사랑이 없는 결혼이 결코 축복받을 수 없는 이유다. 수년 전 아홉 살짜리 아들이 ‘섹시’가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명색이 성교육 전문 강사인 필자가 당혹해 하는 사이 큰 아들이 “‘섹시’는 멋지다는 뜻이야”라고 말했고, 어린 아들은 “그런 뜻이었구나!”라고 말한 뒤 곧바로 돌아섰다.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큰 아들에게 “‘섹시’가 멋지다는 뜻이야?”라고 되묻자, 큰 아들은 “그럼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섹시’하다면 다 좋아하잖아요.”라고 답했다.
당시 필자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멍하니 큰 아들을 바라 보다 ‘섹시’의 의미를 연령에 맞게 설명해 주었다. 수년이 지나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된 큰 아들은 ‘섹시’라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다. 연령별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최근 우리는 언론을 통해 성을 폭력의 도구로 이용하는 파렴치범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한다. 특히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이들의 행위는 화를 치밀어 오르게 한다. ‘섹시’가 무슨 뜻이냐고 묻던 다섯 살 수준의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성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유린하는 비 장애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누가 장애를 가진 사람인지 구분할 수도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인간이 성적존재로 인정된다면 사회적 약자인 지적장애를 가진 이들도 권리를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성폭력특별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장애인의 성폭력행위 금지조항이 포함돼 있으며, 엄연히 비친고죄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나 지원체계는 미흡하다. 특히 장애 아동의 경우 부모마저도 장애를 가진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위한 법적 보장 체계가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 사회는 성을 상품으로 만들어 돈벌이에 이용하는 이른바 ‘성 산업’이 발달됐다.
성을 사고 파는 것은 생명을 사고 파는 것이나 똑같다. 성에 대한 소중함을 주장하는 일은 이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자라는 호소와 같이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성은 자기 자신을 정립하게 하는 것에서부터 사회에서의 젠더의 역할까지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근본이 되고 있다. 좀 더 진지하고 좀 더 소중히 여겨 우리가 차세대들에게 가르치듯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우리들의 성이라고 아우성 칠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해 본다.

/최숙경 광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