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중심지인 맨하튼 5번가는 ‘명품의 거리’로 불린다. 루이비통, 티파니, 샤넬 등 명품매장들이 즐비한 이곳은 일년 내내 쇼핑객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이 ‘쇼핑 1번지’가 일 년에 한번 예술의 거리로 옷을 갈아입는 날이 있다. 매년 6월 둘쨋주 화요일 열리는 ‘뮤지엄 마일 페스티벌(museum mile festival)’이다. 뮤지엄 마일은 내로라하는 미술관들이 밀집해 있는 5번가의 82가에서부터 104가까지 아우르는 말로, 지난 1978년 이 페스티벌의 시작과 함께 명명됐다. 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무료 미술관 축제라는 점이다. 내셔널 디자인 아카데미, 유대인 미술관, 메트로 폴리탄, 구겐하임 등 9개의 미술관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약 3시간 동안 관람객들에게 ‘안방’을 내준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 이곳의 차량 운행은 전면 통제된다. 그렇다고 무료 입장이 뮤지엄 마일의 전부는 아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미술관 밖’에서 펼쳐지는 ‘난장(亂場)’이다. 올해로 30회째를 맞은 ‘2008 뮤지엄 마일 페스티벌’은 예년과 달리 6월 첫째주 화요일(3일) 개막됐다. 104가에 위치한 남미미술관은 경쾌한 라틴음악과 댄스가 어우러지는 야외공연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이에 뒤질세라 구겐하임과 유대인미술관은 록밴드 연주와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맞불’을 놓고, 내셔널 디자인 아카데미는 감미로운 재즈선율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뭐니뭐니해도 이날 축제의 주인공은 어린이들이다. 가족과 함께 온 꼬마관객들은 검은색 아스팔트 위에 형형색색의 분필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비록 3시간의 짧은 축제이지만 시민들은 소중한 추억들을 한아름 안고 뮤지엄 마일을 떠났다.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시작된 축제는 매년 5만여 명이 찾는, 5번가의 또 하나의 명품이 됐다. 뉴욕 뮤지엄 마일 페스티벌은 새삼 광주 예술의 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예술의 거리는 인근에 위치한 광주 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을 필두로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들어서 있는 광주의 ‘문화 1번지’이다. 그러나 도심 공동화와 볼거리 부재로 갈수록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보다 못한 광주 동구청은 지난 2006년 사위어가는 예술의 거리를 되살리기 위해 루미나리에를 설치했다. ‘차 없는 거리’와 상설프로그램으로 ‘색깔 있는 거리’를 꾸미자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단박에’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화려한 불빛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는 바람에 시민들은 물론 상인들로부터 거리의 품격을 헤치는 흉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뮤지엄 마일 페스티벌이 뉴욕의 상징이 된 건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예술이벤트 덕분이다. 제 아무리 화려한 볼거리라도 관객들의 예술적 감성을 적셔주는 콘텐츠가 뒤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2년이 지나도록 예술의 거리와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루미나리에가 주는 교훈이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