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지역은 지난 18일 태풍 `메기''의 영향으로 2천5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1천300여억원 넘는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이때문에 차량으로 시내를 10여분 가량만 벗어나면 금방 한숨 섞인 농민들의 목소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도로 등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복구는 그나마 신속히 이뤄지고 있는 상태지만 정작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생활기반마저 송두리째 무너저버린 현실앞에 복구는 커녕 의욕마저 잃은 상태다. 막대한 시설자금을 들여 특용작물을 재배한 하우스 농가들의 하소연을 듣노라면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물이 핑돈다.
전체 농지의 57.3％가 침수되거나 유실 돼 두집 걸러 한집이 도저히 회생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나주시가 주민들의 한숨을 달래려 민생안정 대책을 마련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코끼리 비스켓''이다.
열악한 재정여건이 발목을 잡고 있어 정부의 특단의 조치만을 기대하며 연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의 관련 조문만을 뒤적거리며 선정기준을 근거로 아직까지 망설이고만 있다.
`총 재산피해액 3천억원 이상, 총 이재민 수 8천명 이상인 경우에 재난지역을 선포할 수 있다''는 근거를 내세워 피해액이 적은 나주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1년 총 예산 규모가 대략 3천여억원에 불과한 나주지역은 향후 이보다 더 큰 재앙이 발생해도 재난지역 선포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이때문에 나주지역 주민들은 “과연 나주시민이 대한민국 국민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하면서까지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절망에 빠져 있는 농민들을 외면하는 정부를 보고 국민이 없는 정부가 존재할 수 있는지 정책 입안자들에게 묻고 싶다.
/나주=최승렬기자sr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