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란 품위를 지키는 데 있어 최소한의 도구일 뿐이다''
이 말은 법정 스토리를 다룬 어떤 영화에서 판사가 내린 판결문 중의 한 대목이다. 최근 고흥군의회 후반기 의장과 부의장으로 선출된 의원들이 금품과 관련, 구속된 사건을 보면서 문득 이 법정대사가 생각났다.
윤리강령을 새삼 들먹이지 않더라도, 고흥군 의원들도 스스로 자신들의 품위 유지를 위해 어떻게 처신했는지 한번쯤 이 경구를 되새겨 봐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군민의 대표자를 자임하는 의원들은 술좌석 군민들의 비웃음거리 안주로 전락해 버렸다. 어떤 의원은 강변한다. “나는 사법기관과 무관하니 떳떳하다”라고-.
하지만 형사처벌된 것만이 군민의 지탄을 받는 위법행위일까? 가슴에 손을 얹고, 의장단 선거에서 깨끗한 한 표를 행사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의원은 몇명이나 될까?
군민들은 이제 군의회 의원들 대부분이 금전 내지 또 다른 이유로 운신의 폭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의원임이 이처럼 부끄러울 때가 없었다”라고 말한 자조 섞인 탄식도 공허하게 들린다.
회의 무산·연기·폭로·사퇴·사퇴 번복·파행을 거듭하며 이뤄진 막후협상….
의장단 선거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권모술수와 야합의 결정판이었다. 제3공화국 시절 중앙정보부와 경호실이 벌였던 공작정치가 무색할 정도였던 것이다.
고흥군 의회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 군민들은, 의회가 과거의 불명예를 씻고 본연의 역할을 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류준석 jsru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