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은 이틀 전 지방기자단과 송별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 5년동안 지방별로 나름의 배려를 했지만 호남지역에 대해선 특별히 해준 게 없어 가장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즉, 부산엔 아시안게임을 위해 기반시설 확보 등 대대적인 투자를 했고, 대구에는 섬유산업 육성을 위한 `밀라노 프로젝트'' 지원, 제주도 관광특구 지정, 강원도는 대북사업을 통한 활성화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굵직한 몫을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 대해선 이렇다 할 `부(富)''를 주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박 대변인은 “여소야대로 인한 일부 역차별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집권 초기의 여건과 호남지역의 경제적 기반, 자치단체의 역할에서 그 요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권 초기에는 외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방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었고, 한숨을 돌리고 나서 살펴보니 호남지방은 산업기반이 열악해 정부에서 별도로 안을 만들어 추진할 수 있는 국책사업이 없더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정작당사자인광주시와전남도는무엇을했는가.청와대나중앙부처관계자들은“양시·도공히`호남정권''이니알아서 해주겠지하는 안이한 인식이 팽배했다”며 “예산을 달라고 매달리는 타지역과는 분명 비교가 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황당한 프로젝트를 들고 나와 지원을 요구했던 경우도 많았다고 전한다. 생물산업에서 보듯 소프트웨어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드웨어만을 내세운 한심한 발상이 문제라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김 대통령도 “대구의 `밀라노 프로젝트''처럼 실현 가능한 사업을 가지고 와서 돈을 달라고 해야지, 할 수도 없는 사업을 어떻게 지원하느냐”고 반문했겠는가.
이제 김 대통령은 떠나지만 그 교훈 마저 함께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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