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문제와 관련해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면서 송금 사건 전반에 대해 “책임 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정치적 책임'' 또는 `역사적 책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퇴임을 불과 열흘 앞둔 김 대통령이 14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발표문을 참담한 심경으로 10여분 가량 읽어 내려가며 “정부는 평화와 국익에 크게 도움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수용했으나 이제 공개적으로 문제가 된 이상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책임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배석한 박지원 비서실장과 임동원 외교안보통일특보 등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국익을 위해 각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주시기 바란다”고 정치권에 호소한데서 확인할 수 있다. 특검제에 관한 질문에도 김 대통령은 “법률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국익을 위해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이미 표시했고 감사원과 검찰도 그런 생각에서 법적으로 문제삼는 것을 유보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잘못했다면잘못한대로, 잘했다면 잘한 대로공정하게 평가 받을 것”“햇볕정책에 대한 공과는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언급한데서 해결의 메시지를전하고 있다.
김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의 애국적인 판단과 이해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민족의 역사가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결단을 고대하고 있다”는 말로 입장을 정리한 것 역시 대북송금 의혹을 둘러싼 국내적 논란이 이대로 계속돼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함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날 대국민 성명은 역설적이지만 매우 어려운 선택의 공을 정치권과 국민 앞에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눈 앞의 현실이 아닌 미래의 잣대로 봐달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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